10월 1일 여행 1일차-제주 용눈이오름
여행 계획을 세우던 초기에는 갈 생각이 없었지만 회사 언니의 추천을 받아 용눈이오름도 가게 됐다. 이곳의 주차장 역시 감사하게도 무료. 주차를 하고 좁디 좁은 입구를 지나 용눈이 오름을 올라기기 시작했다.
비가 쏟아질 것처럼 구름 가득한 흐린 날씨였다. 우중충한 모습을 올렸다가는 이곳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이들에게 용눈이오름 뭐 별 거 없네라는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으니 VSCOcam으로 화사하게 보정했다.
용눈이오름을 오르는 길목을 따라 갈대밭이 있었다. 파란 하늘이 펼쳐진 화창한 날씨에 오면 괜찮은 사진을 많이 건질 수 있을텐데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적당히 처연한 분위기라서 더 기억에 남는 장소였던 것 같다.
용눈이오름 위에서 삼다도의 위상을 찾을 수 있었다. 바위와 여자가 많다는 건 알기 어려웠지만(?) 사방팔방에 세워진 풍력발전기의 존재로 인해 이곳 제주도가 바람이 많이 부는 장소라는 게 실감났다.
용눈이오름이 완만한 오르막이기는하나 오르막길에서 힘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래도 오름을 올라가며 보이는 제주도 동북부 일대와 제주 바다의 모습은 장관이다. 이걸 사진으로 찍기 보다는 실제로 가서 보는 걸 추천한다.
거문오름 탐방을 마치고서 이곳 주차장에서 차를 대놓고 낮잠을 자다 일어나서 용눈이오름을 오르기 시작한 게 저녁 6시 즈음이었다. 그때부터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오름에 오를수록 주변은 어두워졌다. 석양을 사진기에 담아내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용눈이오름의 모습과 여기서 보이는 경치를 담으려고 쉴새없이 셔터를 눌러댔으니까. 눈으로 보는 게 스케일도 색감도 입체감도 끝내주지만 그걸 기억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거기에 내가 본 아름다운 것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이기심이 더해진다. 이게 여행을 가면 사진 찍기를 멈추기 어려운 이유다. 넓게 펼쳐진 자연을 직접 바라보고 내 머리와 가슴에 그 풍경을 담는 게 아니라 손바닥만한 휴대폰 액정으로 자연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휴대폰 메모리에 저장하는 건 비단 나만의 모습은 아닐 거다.
어쨌든 나는 이번 5박6일 제주도 여행에서 천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핫핫핫핫핫핫!!!!! 아직도 정리할 게 산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