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여행 3일차 쇠소깍해변과 아서원
여행 3일차... 원래 일정대로라면 한라산 성판악 코스를 오르는 날이지만 늦잠으로 인해서 실패했다.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시간이 다가왔을 무렵 출발했다. 이왕 늦은 거 다른 코스를 가기로 했다. 3일부터 5일까지의 숙소는 서귀포시에 위치한 호텔빠레브였다. 성산읍에서 서귀포시 가는 방면에 있는 곳으로 일정을 급수정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가 잠시 멈춰섰다. 제주도에서 흔한 현무암 해변이지만 이방인의 눈에는 멋진 장관이다.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작품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를 생각하며 찍었는데 이게 왠걸. 그냥 물고기 잡는 사나이다.
이날도 청명한 날씨. 제주도 바닷가는 워낙 아름다워서 아무렇게나 찍어도 작품이다. 아름답다는 표현이 고루하고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이말 말고 어떤 말로 그 풍경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은 평화로운 이 광경에 멈춰서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쇠소깍을 향해 출발. 쇠소깍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공용주차장이 있지만 많은 차를 수용하지 못하다 보니 효도천 일대 도로에 차를 세워놓아야 했다. 차를 땡볕에 세워두고 나무데크로 깔아놓은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땡볕에 있다가 그늘길을 걸으니 시원시원.
내가 쇠소깍에 기대했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다. 카약 같은 레저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이것도 즐거워보이기는 하지만 우리에게 레저활동이란 없어. 카약 대신 2개 5000원하는 달콤한 천혜향 쥬스를 쭉쭉 들이키며 더위를 달랬다. 양이 적은 게 흠이지만 상큼하고 달달한 게 느무느무 맛있졍.
제주도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해변을 만날 수 있다는 거다. 하얀 모래사장만큼 화사하진 않지만 소박한 느낌의 검은 모래 해변이 맘에 들었다.
이곳에서는 물수제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바다물결이 잔잔하다 보니 물수제비를 날리기 괜찮은 조건의 장소라서 그런가 보다. M군도 물수제비 날리는 대열에 합류했다. M군은 물수제비를 4번까지 날리는데 성공했다.
생각보다 부드러웠던 검은 모래. 맨발로 밟아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쇠소깍 해안에는 검은모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동글동글한 몽돌들도 있었다. 쌓을 수 있는 돌이 있으면 탑을 쌓는 건 한국인의 특성인건지.
쇠소깍 해변을 실컷 보고 마지막으로 쇠소깍을 보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쇠소깍에서 차로 10분~15분 거리에 위치한 아서원에서 해결했다. 짬뽕이 유명하다길래 갔다. 주차는 가게 앞에 대충 대면 된다.
탕수육은 그냥 평타. 기억이 안나는 평범한 맛이다. 튀김옷이 다소 두툼했다. 무엇보다 탕수육을 시켰는데 군만두가 안 나왔졍...
아서원 짬뽕의 모습. 건더기가 부족한 비주얼을 보고는 다소 실망했다. 뭐 맛은 좀 특이했다. 해물 베이스의 얼큰한 짬뽕 국물이 아니었다. 이곳의 짬뽕에는 돼지고기 베이스의 육수가 들어가는 것 같았다. 짬뽕과 돼지고기 육수의 만남은 괜찮은 조합이었다. 묵직한 국물이 해장에는 딱일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몇 조각, 홍합 몇 알, 채소 건더기는 참... 경험 삼아 한 번 쯤 먹어보는 건 괜찮지만 '이거 정말 맛있다'할 수준의 짬뽕은 아니었다. 역시 내인생의 짬뽕은 운림동 신락원 짬뽕이랑 정릉 짬뽕걸. 참 M군은 자장면을 먹었는데 그것 또한 평타였다.
암튼 점심도 배부르게 먹었겠다. 일단 빠레브에 짐을 내려놓고 나오기로 했다. 서귀포시 이마트 인근에 위치한 빠레브는 신축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프론트에서 조망이 좋은 방을 줘서 좋았다.
우리가 묵었던 방에서 보이던 뷰. 코앞에 바다가 펼쳐지는 풍경은 아니어도 바다가 보인다는 데에 만족했다. 숙박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단순하고 정갈한 이곳이 들었다. 채광이 좋아서 햇볕이 잘 드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M군이 말하길 가족여행으로 자주 갔던 해운대 웨스틴조선보다 훨씬 낫단다.
M군은 이곳이 어찌나 마음에 들었던지... TV를 켜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TV와 예능을 멀리 하는 나였지만 슈퍼맨에 나오는 아기들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라희, 라율 쌍둥이가 나왔던 편을 봤는데 그 귀여움에 몇 번이나 심쿵했는지. 한 편을 다 보고 나서 M군은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다른 회차를 재생하려고 했다.그때 나는 폭발했다.
귀여운 아기들, 나도 좋다. 하지만 제주도까지 와서 TV라니... 1편 보는 것 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2편부터는 참을 수 없었다. 어렵게 시간 내서 제주도까지 왔으면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즐기고 추억팔이 할 수 있는 기억도 쌓고 가야지. 그래서 한바탕 투닥거렸다. 화가 난 나를 달래기 위한 회유책으로 M군은 천지연폭포를 제시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