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4] 인천공항 스파온에어에서 하룻밤
#. 인천공항 스파온에어에서 하룻밤
(사진은 스파온에어와 상관없는 인천국제공항철도 사진)
6월 24일 목요일 밤, 인천국제공항 스파온에어에서 자야만 했다. 다음 날 아침 8시 20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삿포로/치토세행 진에어를 타야했기 때문이었다.
국제선 탑승하려면 출발시간으로부터 2시간 이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하는데 대중교통편으로 성신여대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6시 20분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스파온에어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서 다음 날 아침 바로 출국하러 가기로 했다. 공항철도에서 스파온에어까지 찾아가는데 도보로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인천공항이 워낙 넓어서 그런 것도 있고 스파온에어가 여객터미널 동쪽 끝에 위치해있어서 꽤 걸어야 했다.
스파온에어 이용가격은 2만원이었다. 일반 찜질방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이었지만 성신여대에서 인천공항까지 오는 예상택시비 5~6만원보다는 훨씬 쌌다. 입장할 때 수건 두 개와 찜질복 하나는 무료로 제공하는데 담요는 2000원을 주고 별도로 사야해서 안 샀다. 캐리어는 무료로 입구 앞에서 따로 보관해준다. 당시 나는 3박4일 일정에 백팩 하나만 달랑 있어서 그냥 보고만 지나갔지만.
인천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스파온에어 1인용 수면실에 자리가 있나 해서 전화를 해보니 내부 리모델링 공사중이라서 현재 1인실은 이용이 불가능하단다.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있나. 실제로 가보니 1인용 수면실 구역은 내부 공사중이라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았더라.
스파온에어의 규모는 정말 정말 아담했지만 시설은 깨끗하고 고급스러웠다. 입장할 당시(오후 11시 정도)에는 조용했지만 새벽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오면서 조금 시끄러워지긴 했지만 참을만한 수준이었다.
공항 이용객들을 위한 공간이라서 락카도 굉장히 컸다. 락카 한 칸 높이가 2미터는 되는 것 같았다. 락카 내부 공간이 나름 세분화되어 있어서 개인소지품과 옷가지를 정리하기 편했다. 나처럼 단촐한 백팩만 들고 온 사람들은 이 락카공간만으로도 충분한 듯 했다. 어쨌든 락카에 룰루랄라 짐정리를 하고 나서 씻으러 갔다.
욕탕 입구에서 왼편으로는 개인샤워부스, 오른편으로는 습식사우나와 건식사우나, 정면에는 1인용 화장실, 그 너머로 냉온탕이 있었다. 개인샤워부스에는 샴푸, 바디클렌저 디스펜서가 설치되어서 그걸 눌러서 쓰면 됐다. 치약은 욕탕 근처 가운데 돌(?) 위에 있는 통에 들어있었다. 참고로 클렌징폼, 칫솔, 샤워타올은 따로 없으니 챙겨와야 한다.
정갈하게 샤워를 마치고 욕탕에 들어갔다. 은은한 옥색타일은 자개느낌이 물씬 났는데 내가 갔던 목욕탕들과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고급스러웠다. 오오, 이것이 2만원짜리 찜찔방 수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욕탕 인테리어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비록 사이즈는 매우 매우 아담했지만 늦은 시간이라서 그런지 이용객은 나 아님 다른 한 두 사람 정도가 전부였다. 원래는 30분 정도만 목욕을 할 요량이었는데 거의 2시간 가까이 욕탕에 머물렀던 것 같다.물론 냉온탕을 번갈아 몸을 담그면서 욕탕 왼편에 있는 개인용 나무평상에 누워서 멍도 때리다가 습식사우나나 건식사우나도 왔다갔다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조금이라도 잠을 자야 다음 날 잘 돌아다닐 것 같아서 얼른 씻고 나왔다. 여기는 드라이기 사용이 무료였다 ^^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화장대 앞에 앉았는데 비치된 스킨로션은 무려 라끄베르! 바디로션도 바세린 데일리 모이스쳐 로션!! 보통 목욕탕에 비치해두는 스킨로션이 알지 못하는 브랜드인 걸 감안하면 참 여기는 비싼 이용료값 한다 싶었다. 게다가 면봉 외에도 화장솜도 있어서 화장 지우기 좋아보였다.
머리도 다 말렸겠다, 화장품도 촵촵 발랐겠다, 공용수면실에 들어갔다. 흔한 찜질방 깔개와 네모 베개가 있었는데 명당인 콘센트 자리는 이미 임자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구석자리에 깔개를 펴고 누웠다. 처음에는 에어컨 바람이 솔솔 나오는 게 시원해서 좋았는데 나중에는 추워서 찜질복 위에 겉옷을 입고 잤다. 역시 사람들이 담요를 사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암튼 한 4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바리바리 짐을 싸들고 출국하러 고고. 시설도 쾌적했고 나름 조용해서 맘에 들었다. 다음에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게 된다면 또 이용해야겠다.
+ 이거 쓰느라고 스파온에어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는데 7월 9일부터 7월 19일까지 리뉴얼 기간이라서 영업을 안 한단다. 스파온에어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