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리 해변] 아늑했던 이왁 게스트하우스
갑작스러운 떠나온 제주도 여행.
4월 26일 화요일, 비행기가 1시간 가량 연착되는 바람에 제주도에 늦게 도착했어. 면허가 없는 뚜벅이는 버스를 갈아타고 예약해둔 숙소가 있는 월정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가야했어. 월정에 도착하니 7시 30분 가량. 여행 첫날 묵을 곳은 월정에 위치한 이왁게스트하우스. 식당과 카페가 모여있는 월정해변가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었어.
< 드디어 도착한 이왁게스트하우스 >
밤이라서 사진이 못 나와서 그렇지, 실제 이왁게스트하우스 모습은 참 세련됐다. 까만 밤, 고고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왁게스트하우스를 찾아 헤메다 저 건물을 발견했다. 저게 분명 이왁게스트하우스고 직선거리로 가로질러 가면 100미터 되는 거리인데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구불구불한 마을길로는 찾아갈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서 사장님께 도움 전화를 드렸다. 사장님께 차를 얻어타고 오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마을길로 찾아오기는 복잡하고 해안도로를 따라서 걸어오다가 좌회전해서 들어오는 게 쉽다고 설명주셨다.
< 4인실 도미토리의 모습 >
4인실 도미토리에는 2층 침대 2개가 나란히 놓여있었고 개인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이 있어서 짐을 보관하기에 참 편했어. 침구와 수건은 깨끗해서 좋았고. 저녁 8시가 넘어 입실했기에 내게 남은 자리는 2층 침대자리밖에 없었어. 1층 침대자리면 좋긴 하겠지만 늦게 입실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
< 이왁게스트하우스 안내사항 >
객실마다 비치된 안내사항. 참고로 이왁게스트하우스는 일요일 숙박을 받지 않는다.
< 이왁게스트하우스 욕실 >
욕실도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어. 따듯한 물도 콸콸 잘 나와서 좋았고. 다만 건식 욕실이라서 샤워부스에서 샤워를 마친 후 샤워커튼 밑에서 새어나간 물은 좀 깨끗하게 닦아줘야한다. 세면대도 사용후에 다음 사람을 위해서 닦아주는 센스를 발휘해야 할 것 같고.
그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여서 따듯한 물에 얼른 샤워를 하고 나와서 휴게실로 향했어. 뜨끈한 물에 샤워하니 몸이 노곤노곤해지더라.
< 비가 내려서 운치 있었던 이왁게스트하우스 휴게실 >
이왁게스트하우스 휴게실에는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테이블에 앉아서 간만에 다이어리를 길게 썼다. 당시에 뭐라고 썼냐면...(비 오는 날 감성이 충만해져서 이제 와서 읽어보니 대략 손발이 대략 오그라든다...)
"이왁게스트하우스 휴게실에 앉아서 비가 내리는 창밖을 내다본다. 자작자작한 빗소리가 듣기 좋다. 가을방학의 노래가 정말 잘 어울리는 차분한 분위기랄까. 지금 휴게실에는 나만 있는데 이곳을 전부 전세낸 느낌이 들어 괜시리 뿌듯하다. 원래 비오는 날 정말 싫어하고 게스트하우스로 오는 길을 헤매면서 비오는 날 엿 먹으라고 이 지랄을 떨었을는데. 근데 호올로 휴게실에 앉아 검은 밤을 투명하게 적시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니 마음에 평화가 절로 찾아온다. 이런 맛에 혼자 여행을 가는구나 싶다. 그동안 혼자하는 여행이 주는 충만함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사색의 순간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과정도 잊고 지냈다. 나를 둘러싼 골치 아픈 문제들이 다 괜찮아지는 느낌."
거기까지 썼다가 갑자기 정전이 됐다. 2분도 지나지 않아 금세 복구되긴 했다. 이런 소소한 해프닝마저 즐거웠다. 충동적으로 오게 된 제주여행이었지만 우물쭈물 망설였으면 이런 비 오는 풍경을 볼 수 없었을테니까. 그 순간, 이만큼 아늑한 공간이 어디 있을까 싶었다. 옅게 실려오는 바다 짠내와 조근조근 속삭이는 빗소리, 밤의 어둠 모두 사랑스러웠다.
< 창문이 시원스레 뚫려있는 휴게실의 모습 >
당장 내일 어디로 갈지 여행계획을 세우고 못다한 숙소예약도 하다가 내리는 밤비도 보고. 혼자서 아주 유유자적한 시간을 소등시간 전까지 즐겼다.
< 무려 우산을 쓰고! 밖에서 찍은 휴게실을 찍었다. 이 정도 정성은 인정ㅋㅋㅋ? >
< 새벽 무렵, 휴게실 >
여행을 오면 왠지 모를 설레임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게 된다. 알람을 맞춰놓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지는데, 아침잠이 많은 나로서는 신기한 일이다. 4월 27일 수요일은 오전 6시에 일어났다. 다이어리를 챙겨서 휴게실로 직행. 휴게실 전등도 직접 켜고 따듯한 페퍼민트차를 마셨다. 비가 와서 몸이 조금 찌뿌둥하긴 해도 기분만은 아주 상쾌한 아침이었다.
< 월정리 해변 밥집 명함과 안내지도 >
제주도 여행을 가서 게스트하우스 휴게실에 비치된 지역 밥집 지도를 많이 참고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게 인터넷에 올라오는 맛집 후기는 도무지 광고성이라서 믿을 수가 없어서 말이지... 특히 네이버 블로그들... 과거 인터넷에서 맛집, 핫한 곳이라고 해서 갔다가 실망하고 돌아온 경우가 부지기수라서 이번 여행을 갈 때 아예 밥집은 전혀 찾지 않고 갔다. 이것보다는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나 현지인들에게 추천을 받는 게 그래도 실패할 가능성이 낮으니까. 물론 현지인의 추천이 늘 성공적인 건 아니다. 부산여행시 택시기사님의 추천으로 가게 된 수민이네는 아주아주 형편없었다. 그만한 양에 그만한 가격이라니 화가 났다. 그날 시켰던 메뉴 중 가장 맛있었던 게 라면이었으니 말 다했지 뭐.
어쨌든 이야기가 산으로 흘러갔네. 월정리해변에서는 2014년 가을 '오빠밥줘'에서만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메뉴 두 개만 시켰다가 하나를 추가로 더 시켰었다. 다음에 월정리 해변을 갈 기회가 있으면 흑돼지 타코를 하는 타코마씸을 가야지. 오빠밥줘도 그렇고 타코마씸도 그렇고 2014년에도 있었고 2016년에도 잘 운영되는 걸 보니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 아니겠어. 언제 월정리를 다시 갈 지는 모르겠지만.
어제보다 많은 비가 내렸고 저멀리 파도도 거셋다. 뭐, 아늑한 실내에서 비 오는 광경을 보고 있으면 묘한 안정감이 든다. 건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느낌. 모질고 거센 풍랑이 와도 무사하겠단 안도감. 이럴 때 소소한 행복감이 치민다. 하늘은 여전한 비를 내리지만 이게 올레 21코스 하도-종달 올레를 걸어야겠단 나의 의지를 꺾진 못하겠지. 실제로도 그랬고.
< 제주를 상징하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했던 휴게실 >
< 이왁게스트하우스 조식 : 잉글리시머핀과 샐러드 >
제일 먼저 조식을 먹었다. 잉글리시머핀과 샐러드가 나왔는데 플레이팅이 예뻐서 감격했다. 테이블에 놓인 꽃마저 적절한 위치에 있어서 접시만 갖다대도 이렇게 나왔다. 맛은 그냥 잉글리시머핀^^
확실한 건 던킨잉글리시머핀보다 맛있었다. 조식도 맛있게 먹고 설거지도 깨끗히 하고 나왔다. 슬슬 나갈 채비를 해야 하니까 그렇다.
< 이왁게스트하우스 건축과정에 대한 안내 >
전날 체크인할 때는 몰랐는데 조식을 먹고 객실로 들어갈 때 복도에 붙어있는 게스트하우스 건축과정에 대한 안내를 발견했다. 이런 거 보는 게 신기하기도 해서 일단 찍었다. 뭐든, 비하인드스토리가 재밌는 법이니까.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마냥 여행에 대한 설레임으로 가득했다. 내 앞에 고생길이 펼쳐질 줄도 모른 채.
< 이왁게스트하우스 >
-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월정중길 19-13
- 체크인 : 오후 5시~9시 / 체크아웃 : 오전 10시 30분
- 조식 : 아침 8시~8시 40분
- 게스트하우스 파티여부 : X
- 일요일 예약 불가
- 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ewak735
- 네이버예약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