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드디어 다카마츠

[10/2] 사색과 치유의 섬, 테시마

bonbontorrent 2016. 6. 29. 21:17





사색과 치유의 섬, 테시마 









10월 2일,

나오시마 사쿠라쇼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










아침 9시 20분 테시마 이에우라 항으로 출발하는 페리 탑승(편도 620엔)









비가 내렸던 전날과 달리 쾌청했던 날씨 










테시마 이에우라 항 도착해서 카라토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카라토항으로 가는 길,

10월임에도 초록이 가득했던 테시마 










이에우라항에서 카라토항까지 가는데 20분정도 걸렸다.

카라토항 바로 전 정류장이 테시마미술관이었는데 

카라토항에 캐리어를 맡겨둘 생각으로 거기에서 내렸다.



테시마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느낀 건 버스를 타길 참 잘했다는 것.  

테시마가 나오시마에 비하면 정말 큰 섬이기도 하고 

엄청난 경사의 언덕과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지다보니

자전거나 도보로 다니기에는 다소 힘들 것 같았다. 









테시마 카라토항 앞에서 막내 









카라토항에 코인락커가 있을 줄 알고 갔는데 없었다.

내가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해도 

테시마 미술관까지 캐리어를 끌고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카라토항 매표소에 문의해보니 캐리어를 두고 가라고 하셨다.

흔쾌히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조그만 카라토항 매표소 대합실 한켠에 캐리어를 놓아두고 

테시마 미술관을 향해 출발!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











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테시마의 하늘과 바다.




















키 작은 나와 달리 키 크고 늘씬한 막내 

 








참으로 부러운 비율 











나는 막내에 비하면 비율똥망, 딴또. 










시원스레 내다보이는 카라토항의 바다는 사랑스러웠다. 










테시마미술관으로 걸어올라가는 길은 험난했다.

엄청난 경사길을 무려 30분 가까이 걸어올라가야했다.

분명 버스를 타고 올 때는 걸어갈 만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빡세.










쉴새없이 이어지는 언덕길을 불평불만 없이 잘 올라가던 막내가 참 고마웠다.

셋째는 이런 길 올라가자고 하면 분명 안 올라간다고 드러누웠을텐데. 









도대체 언제 테시마미술관이 나오는 걸까.

카라토항에서 테시마미술관이 이렇게도 멀었던걸까. 










언덕길을 오르는 과정은 수고스러웠지만 

테시마의 아름다운 풍광을 느긋하게 볼 수 있어서 괜찮았다.

 









드디어 테시마미술관 입성!



2013년에 중앙일보에서 실린 기사를 읽고서

이곳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뤄지는 감격스러운 순간.



테시마미술관 오픈시간은 10시부터

입장료는 1540엔(카드결제 가능)










티켓을 끊고 테시마미술관으로 걸어들어가는 길. 










저 하얀 벙커 같은 공간은 테시마미술관 기념품 샵이다.

테시마미술관에서 받은 감동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필히 들려서 여행의 추억을 간직할 기념품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다. 


 












미술관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목









버릴 것 없는 풍경들의 연속









테시마 미술관은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이나 

아트하우스베네세처럼 특정한 작품이 있는 미술관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공간 자체가 작품이자 예술이었다.




뻥 뚫린 원형 천장에서는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져내렸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그곳에서는 구름이 지나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이따끔씩 청명한 새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바닥에 있는 구멍에서는 주기적으로 물방울이 올라와 맺히길 반복했다.

물방울은 대개 웅덩이처럼 고여있었다. 일부는 바람결에 흘러가기도 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테시마미술관을 즐겼다.

물방울의 흐름을 관찰하는 사람도 있었고

바닥에 가부좌를 튼 채 앉아 명상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원한 바닥에 드러누워 낮잠에 빠져든 사람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 부모들도 있었고

소소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 모든 게 평화로웠다.




조용하고 아늑한 그곳에서 

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

앞으로 뭐하고 먹고 살지 이런 현실적인 고민은 뒤로 하고.



볕이 닿지 않는 그늘이 있는 바닥에 누워

등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을 즐겼다.

여름에 우리집 방바닥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물방울,

평소에는 눈여겨 보지도 않는 이게 뭐라고 열심히 관찰하는 걸까,

이상하게도 그때는 물방울의 흐름과 궤적을 바라보는 게 즐거웠다.

그게 왠지 모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줬다.

평범한 빗방울에도 호기심을 품었던 동심이 기지개를 켠다고 해야 할까.

뭐든 다 좋았다.










테시마미술관에서 실컷 여유를 즐기고 기념품판매하는 곳에 들렀다.

나는 엽서세트, 동생은 테시마미술관 사진집을 샀다.

기념품가게에서는 카페도 겸하고 있는데 먹어보지 않아서 맛은 모르겠다.









테시마미술관에서의 전리품을 획득한 막내.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라 표정이 환하다.










안녕, 테시마미술관.










점심 먹으러 언덕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

테시마미술관 근처에는 식당이 없으니 이길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테시마에서 시마키친을 꼭 가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










시마키친을 향해서 걸어가는 길.










남해의 유유자적한 풍광이 겹쳐보이던 평화로운 테시마.









시간이 안 되서 심장소리 아카이브는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지만









테시마의 자연을 오롯히 내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심장소리 아카이브를 들리지 못했던 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언덕길은 언제 끝나는 거냐는 막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시마의 언덕길은 나오시마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길고 높았다.










그래도 이제 시마키친에 가까워졌고.










문제는 시마키친을 찾지 못했다는 거.

분명 구글맵으로는 이 위치가 맞는데 식당이 안 보이는 게 아닌가...










식당 같아 보이는 게 있다. 










 고민 없이 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동생도 나도 가타카나를 읽을 줄 몰라서 가게이름은 아직도 모른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던 그곳.









바닥에는 다다미가 깔려있었고 모든 좌석이 좌식이었다. 

나오는 음악도 제3세계 음악. 









차분하고도 묘한 매력이 있던 그 식당.










동생과 나는 정식 메뉴를 시켜서 먹었다.(가격은 1,000엔?)

나는 호, 동생은 불호.

나는 동생이 먹다 남긴 것까지 먹었다.(이래서 내가 살이 찜)

향신료가 들어간 반찬들이 있다보니 막내는 별로라고 했는데

향신료 좋아하는 나는 맛있었다.








참고로 고기요리가 하나도 없고 다 채식요리다.

 동생과 나의 호불호가 갈리는 게 여기서도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김국이랑 오쿠라반찬, 커리콩고기를 맛나게 먹었다. 









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보니 시마키친이 딱! 바로 앞에 있었다.

그 식당 들어가기 전에 좀만 돌아봤어도!

넘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여기에!

시마키친이 있었는데... 














그래서 시마키친도 갔다 ^ ^

여기서는 후식을 먹어야지!









시마키친도 조용하고 느긋한 곳이었다.

어리버리했던 우리막내를 보고 웃으시던 식당 이모님들과 할머님들 ㅋㅋㅋ










나중에는 꼭 시마키친 정식을 먹고 말 거야 ㅠㅠ









시마키친이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운좋게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주문하고 수다도 떨고 가게도 구경했다.

시마키친에서도 테시마, 나오시마 관련 엽서를 

엄청난 할인 가격(정상가의 거의 반값?)에 팔고 있어서

속이 쓰리기도 했다. ㅠㅠ 여기서 살 것...









계절 특선! 무화과에이드!

신선한 무화과의 풍미가 입안 가득!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뭉근한 단맛이라서 

단숨에 흡입할 수 있었던 무화과에이드. 









어쨌든 시마키친도 다녀가고!









이제는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할 시간.










카라토항에서 쇼도시마로 가는 페리가 있어서 그걸 타기로 했다.

 









겸사겸사 테시마미술관도 지나가고 















남해의 다랭이밭을 닮아있던 테시마의 다랭이밭.










실시간으로 이런 풍경을 보면서 지나가는 게 어찌나 행복하던지.





 




나중에 테시마를 가게 되면 그때는 꼭 1박을 하리라.

느긋하게 둘러보려면 하루로도 모자랄테니까. 

한 이틀 정도는 되야지, 

테시마미술관에서 낮잠도 자고 

심장소리아카이브도 갈 거고

카라토항 말고 이에우라 항 근처도 구경할 수 있을테니까. 









올라가는 길은 천근만근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내려가는 길은 이렇게 발걸음이 가볍다.









카라토항에 도착했고!

아까 트렁크를 맡아주신 아저씨에게 뭘 드릴까 하다가

자판기에서 제일 비싼 음료수를 뽑아서 드렸다. 

아무리 찾아도 수퍼는 보이지 않고 보이는 게 자판기밖에 없어서...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을 때 웬 할머니가 고맙다고 하셨다.

아마도 그 자판기의 소유주이신 것 같았는데

그 고맙다는 말이 어찌나 사람 기분을 좋게 하던지.



일본여행을 고작 2번 밖에 안 갔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흔쾌히 친절을 베풀어주니 일본여행 생각이 막막 든다.

참고로 우리가 만났던 일본인의 친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시마 다음으로 가는 쇼도시마에서 절정을 찍는다.  










테시마에서 쇼도시마로 가는 페리(편도 480엔)










안녕, 테시마.

다음에 또 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