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4. 18:18 2016년/5월의 군산
[5/22] 고군산 당일치기 여행, 신선이 머물렀다는 군산 선유도
고군산 당일치기 여행, 신선이 머물렀다는 군산 선유도
서울에 있는 선유도만 알았지, 군산에도 선유도가 있는 줄은 몰랐다.
5월 21일 금요일 밤, 아부지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군산에 2박 3일 놀러왔다고 했더니, 고군산 반도에 있는 선유도의 풍광이 아름다우니 여길 꼭 놀러가보라고 하셨다. 서해에서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을 만나볼 수 있는 섬이라는 그말에 언니와 나는 다음 날 선유도를 가기로 결정!
군산에서 선유도를 가려면 군산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1시간 20분 가량 가야한다. 선유도닷컴(http://sunyoudo.com/menu8/page3.asp)에서 군산-선유도 왕복 승선권을 예약했다. 왕복 승선권 가격은 1인당 25,800원. 배 시간은 군산항 출항 오전 10시 30분, 선유도 출항 시간 오후 4시 30분으로 예약했다. 연휴인 경우 승선권이 매진되는 경우가 있으니 선유도닷컴에서 미리 승선권을 예약하는 걸 추천한다.
쿨쿨달몽 게스트하우스에서 택시를 타고 군산항까지 가는데 13분 정도 걸렸다. 택시비 7,000원 안팎. 군산 택시가 참 좋은 게 카드로 결제해도 핀잔을 안 준다는 점. 제주도에서 현금 결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기사님부터 이정도 거리(택시비 8,000원 거리였고 심지어 카카오택시였다...)는 콜비 이삼천원 더 얹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황당한 기사님, 택시비 13,000원 거리인데 원래는 20,000원 나오는 거리라고 사기치는 기사님도 있어서 이래저래 제주도 택시에 대한 불쾌한 기억만 있는데, 군산 택시기사님들은 한결같이 친절해서 좋았다.
배가 출발하기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연안여객터미널에 앉아서 가만히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릴 수 없어서 군산항 부근을 산책했다. 분명 군산항은 아름다움 보다는 삭막함이 어울리는 항구다. 큰 공장건물들이 가득하고 컨테이너가 여기저기 쌓여있고 예쁨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그 풍경이 참 군산스러웠다. 지금이야 군산이 근대 역사 유산이 있는 관광도시로 거듭났지만 원래 군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산업 도시다. 산업화 시대의 풍경이 현재까지도 유효한 군산항은 매력적이었다.
원래 여행을 가더라도 내 사진을 많이 찍지 않고 풍경과 음식만 찍는 편이다. 다른 사람들과 여행을 가더라도 그들을 찍어주는 편이지,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는 편이 아닌데, 이번 여행은 언니가 자발적으로 좋은 사진을 많이 찍어주셨다. 언니, 고마워요♡
군산항 앞에 있던 군산관광안내지도. 이날 우리는 고군산반도 선유도를 갔다가 은파유원지 야경을 보러 가기로 했다.
우리가 탈 배는 선유도행 옥도훼리호.
이제 선유도로 출발!
군산산업단지, 이따 또 보자
선유도를 가게 될 줄 알았다면 바지를 챙겨왔을텐데.
민트색 원피스가 예쁜 사진 남기기에 좋을지 몰라도
자전거를 타기엔 몹시 번거롭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11시 50분, 선유도에 도착했다. 선유도 항 바로 앞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없어서 한 5분은 걸어가야 했다. 자전거 대여료는 1대당 하루 10,000원. 현금만 가능했다. 해풍을 워낙 많이 쐬서인지 상태가 멀쩡한 자전거를 많지 않았지만 그나마 성한 걸 골라서 탔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 K언니.
점심은 서해민박식당에서 회덮밥을 먹었다. 가격은 12,000원. 회덮밥은 한끼 때우기 적당한 맛이었다. 회덮밥 속 회는 두툼한 편이었고 반찬으로 나온 볶음김치가 맛있었다.
배부르게 점심도 먹었겠다, 자전거를 타고 본격적으로 선유도를 돌아볼 시간.
이국적인 선유도 명사십리 해수욕장. 하얀 백사장과 파아란 바다가 아름다웠다. 저 밀짚 파라솔 밑에서 한참을 쉬었다 갔다. 선유도는 그늘이 귀한 섬이라서 그늘의 존재가 더없이 소중했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던 파라솔
걸음걸이가 너무 씩씩한 나. 걷는 폼은 누가 봐도 대장부의 폼이다.
원피스만 안 입었어도 저 빨간 전망대에 앉았을텐데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보이는 고군산 일대의 풍경도 아름다웠고
선유도의 부드러운 능선과 망주봉의 듬직한 모습도 보기 좋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5분 가면 있는 망주봉
현재 망주봉은 입산이 금지된 상태다. 추락사고가 발생해서 안전상의 이유 떄문이란다.
고장난 이동수단들의 거처였던 망주봉 뒷편.
주말은 맞은 선유도에는 수많은 관광객과 자그마한 관광버스, 오토바이가 있었다. 자전거 초보딱지를 아직도 달고 있는 내게 작은 관광버스는 공포의 대상이라서 그런 버스들이 올 때마다 자전거에 내려서 걸었다. 언니는 그런 내가 내심 답답했겠지만 자동차가 겁나는 걸 어떡해.
사실 망주봉 뒷편은 오려고 해서 온 건 아니고 길을 잘못 들어서 온 거였다. 군산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들고 온 고군산 안내지도만 보고 따라서 왔는데 이렇게 됐다. 지도만 보고 다니다가는 우리처럼 길을 잃을 수가 있다. 그렇지만 선유도 자체가 큰 섬은 아니라서 길을 돌아가도 괜찮았다.
5월의 푸르름이 가득했던 선유도
자전거를 타고 달려본다.
일본에서 원피스나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언니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언니들은 언덕길에서도 자전거를 잘 탔지만 나는 진짜... 자전거를 못 탄다. 군산 시내만 돌아다닐 줄 알고 원피스만 챙겨왔는데 낭패였다. 그래도 민트색 원피스를 입은 덕분에 좋은 사진은 많이 건졌다.
빨간 손가락 등대도 갈 생각은 없었는데 해안을 따라 달리다보니 나왔다. 손가락 등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선유도 항에서 출발하는 배 시간까지 2시간 30분이 남았다. 풍광 멋진 곳에서 쉬다가 사진도 찍다가 쉬엄쉬엄 자전거를 타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곳을 돌지 못했다.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를 모두 도는 건 무리니까 느긋하게 다니기로 했다.
선유도 몽돌해안 가는 길에 있던 전망대에서
몽돌해안 가는 길은 선유도에서 가장 가파른 언덕길이었다.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우스운 길이겠지만 언덕길을 올라가다가 허벅지가 터지는 줄 알았다. 헬스장에서도 사이클은 절대 안 타는 내게 이 언덕길은 고행길이었다.
드디어 몽돌 해안 도착. 몽돌해안에서 보는 고군산 일대의 경치도 환상적이었다. 당시 해무가 연하게 깔렸기 때문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해줬다.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의 몽돌해안. 파도가 잔잔하게 밀려오던 몽돌해안에 누웠다. 몽돌해안에 누워서 등을 지지니 소금찜질방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적당히 달궈진 몽돌에 누워 있으니 잠이 솔솔 왔다. 마침 몽돌해안에는 볕이 내리쬐지 않아서 가만히 쉬기 좋기도 했고 우리밖에 없었다.
고요한 몽돌해안에서 명상 자세를 취하는 언니.
동글동글, 귀여움 가득한 몽돌해안.
언니 덕분에 인생 사진 여러장 남겼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았더라면 몽돌해안에서 몇 시간이고 죽치고 누워있었을텐데.
몽돌해안에서 등짝을 지지다 일어나서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돌아오니 벌써 오후 3시가 넘었다. 무녀도를 가기는 무리고 장자도만 찍고 오기로 했다.
선유도와 무녀도를 잇는 장자대교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갔다. 분명 장자대교 앞에 오토바이를 타면 안 된다는 안내문이 쓰여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걸 무시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장자대교를 쌩쌩 달렸다. 사람 서넛이 서있기도 좁은 다리에서 오토바이가 다니는 게 좋아보이진 않았다.
시간이 부족해서 장자도를 돌아보지 못한 건 아무래도 아쉬웠다.
장자도에 온 기념으로 이런 인증샷 정도는 남겨줘야지.
다음에는 사람이 없는 평일, 선유도에서 1박을 하면서 여유롭게 선유도, 장자도, 무녀도를 걸어서 다녀보고 싶다. 선유도도 나름 유명한 관광지이기에 주말, 연휴, 여름에는 사람이 많아서 선유도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우리가 타고 다닌 자전거. 언니는 분홍색 자전거를, 나는 민트색 자전거를 탔다. 깔맞춤을 하려고 해서 한 건 아닌데 상태가 좋은 자전거를 고른다는 게 이렇게 됐다. 선유도 자전거들은 상태가 안 좋은 친구들이 많아서 대여하기 전에 핸들 조작, 브레이크 상태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신선이 머물렀다는 선유도에서 신선은 못 만났지만 힐링은 제대로 하고 갔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은 선유도, 그때는 언제쯤이 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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