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홋카이도 구도청 앞 >



여기는 홋카이도 구도청 인근 인도. 꽃잎과 색모래로 그린 그림을 전시해놓았다. 무슨 축제기간이었던 것 같은데 여기도 정말 관광객들이 많았다. 여기서 일본인 아주머니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드렸는데 사진 찍어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덧붙이는 말이 혹시 중국인이냐고 ㅋㅋㅋㅋㅋ 중국인 아닌뎅 아닌뎅... 내게서 대륙의 기운이 많이 느껴졌나 보다.  






그 많던 관광객들이 안 보이게 사진을 찍으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던가. 




< 홋카이도 구도청 >




저녁 시간이라서 구도청 안에는 들어가보지 않고 밖에서만 찍었다.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이 딱 내 취향!





< 꽃 축제 중이던 삿포로 오도리 공원 >




삿포로 오도리 공원도 대로 중앙에 위치한 공원이었다. 광화문광장에 대해 세계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판이 많은데 여기 와서 보니 오도리 공원도 뭐 광화문광장이랑 다를 바가 없더만!  





< 삿포로 TV탑과 오도리 공원 >




어느덧 밤에 접어든 오도리 공원. 정면에 보이는 삿포로 TV타워는 보고 찍기만 했다. 삿포로 TV탑에서도 야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야경이 막 보고 싶진 않았다. 삿포로 야경은 TV탑보다는 JR 삿포로역에 있는 전망대에서 훨씬 낫다고 하니까. 













< 이또한 유명한 삿포로 시계탑 >



삿포로 역 코인락커로 짐을 찾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삿포로 시계탑을 발견했다. 이걸 보려고 온 건 아닌데 우연히 마주치니 반가운 마음. 백팩을 메고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숙소를 향해 걸어갔다. 




스스키노는 구경하지 않았다. 내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가 스스키노 근처에 있었는데도 거기를 가야겠단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다. 나보다 먼저 삿포로-오타루 여행을 다녀온 오빠가 스스키노는 유흥가이니 너 같은 여자 혼자서 가는 건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에는 오빠말 지지리도 안 듣다가 그떄때만큼은 철썩같이 말을 잘 들었다. 유흥가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혼자 왔는데 갔다가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떡하나 싶어서. 



내가 묵은 게스트하우스는 에어비엔비를 통해서 구했다. 숙소를 예약하려고 알아봤던 시점이 여행 1주일 전이었으니 왠만한 비즈니스 호텔들은 당연히 예약이 다 차 있었다. 그렇다고 하룻밤에 20, 30만원 하는 호텔에서 잘 수는 없었다. 나는 가난한 여행자니까. 에어비앤비에서 적당한 가격(3만원 남짓 했던 것 같다.), 적당한 위치, 후기가 괜찮았던 숙소를 찾았고 거길 예약한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길찾기였다. 숙소를 찾아갈 때 길을 좀 헤맸다. 앱이 잘못된 위치로 알려줬었다. 분명 숙소가 있어야 하는 위치인데 거기에 숙소가 없었다. 영 다른 건물이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그 위치에 있던 집의 초인종을 누르고 게스트하우스가 아니냐고 물어봤다. 여기는 게스트 하우스가 아니라 가정집이란다. 아나, 그때부터 당황스러웠다. 이거 대략 난감. 근처에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게스트하우스의 외관과 비슷한 집을 찾아서 돌아봐도 찾질 못했다. 


내가 초인종을 잘못 눌렀던 그집의 아저씨는 한참을 방황하고 있던 나를 계속 지켜봤던 모양이었다. 쓰레빠를 끌고 나와서는 어디를 찾냐고 대뜸 물어보셨다. 게스트 하우스 주소가 잘못 올라와서 숙소를 못 찾고 있다고 하면서 내가 묵을 게스트 하우스 사진을 보여주니까 하니까 바로 알아보고 찾아주셨다. 혼또니 아리가토고자이마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던 히로유키 씨와 스태프인 프랑스인 청년은 친절했다. 게스트하우스 시설은 깔끔했다. 무엇보다 내게 1인실을 줘서 좋았고. 캐리어에 차곡차곡 짐을 정리하고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하고 폭신한 이불이 깔린 침대에 누워있으니 내일이면 나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실감났다. 3박 4일은 참 짧구나. 카드가 고장난 줄 알아서 멘붕에 빠졌던 첫 날, 자전거도 못 타는 게 자전거 타고 비에이 누벼보겠다고 깝치다가 논두렁에 아이폰을 빠뜨려서 패닉에 빠질 뻔한 둘째날, 추위에 덜덜 떨고 기껏 맛있게 먹은 걸 소화하지 못해고 토해냈던 셋째날. 큰 사고는 없었지만 나름의 굴곡이 있던 여행이었다. 여행 마지막 날인 내일은 편했으면 좋겠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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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후라노에서 아사히사카와로 가는 기차표 >



보통 홋카이도 여행할 때 JR홋카이도레일패스를 끊어서 많이 다닌다고들 한다. 여행가기 전에 레일패스가격이랑 개별티켓가격이랑 따져보니 레일패스보다 표를 건건이 끊는 게 싸길래 이렇게 했는데 번거로웠다. 기차를 탈 때마다 매번 표를 사야하는 귀찮음... 그래도 일본 기차표 구매 방법에 익숙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팜 도미타에서 나카후라노까지 걸어왔는데 급격하게 속이 또 안 좋아졌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 체했다. 날이 추워서 서둘러 먹은 게 아무래도 원인인 것 같았다. 맛있게 먹은 팜 도미타의 야채커리를 토하면서 분했다. 왜 맛있는 걸 먹어도 몸에서 받질 못하나. 내가 소화불량이라니... 왜 하필 이때 또 이러는 거니... 엉엉엉ㅠㅠ






< 아사히카와 역 앞>



나카후라노에서 삿포로로 가는 직행이 없어서 아사히카와 역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기차 환승까지 시간이 남길래 또 역 부근을 어슬렁거렸다. 적당히 한적하면서 도회적인 아사히카와 역의 분위기는 마음에 든다. 




< 삿포로로 가는 기차표 >



가자! 삿포로로!!! 




 


< 삿포로 역 코인락커 >




삿포로 역 코인락커에 오후 5시쯤 백팩을 넣고 삿포로역 남쪽에 있는 빅 카메라에 입점한 매장들을 구경했다. 정말 눈이 막 휙휙 돌아가더라. 특히 로프트(LOFT). 로프트에서는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마냥 헤어나오질 못했다. 한 두 시간 반은 상점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 색감이 발랄한 팬톤 캐리어>


이날 결국 팬톤 캐리어를 질렀다. 쇼핑에 대한 별뜻 없이 자그만 꽃무늬 백팩 하나 메고 무작정 간 여행이었는데... 배보다 배꼽이 큰 여행이 되고 말았다. 12,980엔이라니... 당시 환율이 900원도 안 하던 때라고는 해도 예상에도 없던 지출이 이렇게 딱! 그래도 그때 산 노란색 팬톤 캐리어는 잘 쓰고 있다. 가을 다카마츠 여행 때도 매우 유용했다.  


그리고 캐리어가 생겼으니 액체류 제품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이 핑계를 대고 가족, 친척들 선물로 줄 화장품을 사들이기 시작하는데... 













< 로프트에서 본 내 취향의 엽서, 노트들 >



금붕어 노트패드, 수국 노트패드, 고양이 엽서는 결국 사고야 말았다. 화장품은 안 사고 문구류만 사재끼는 나... 로프트는 진짜 신세계☆ 돈만 있으면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그 욕구를 눌러담느라 힘들어서 혼났다. 저 토끼는 분명 샀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만 샀당... 으앙ㅠㅠ 




< 라멘 공화국 > 


홋카이도의 유명한 라멘집들의 분점이 모인 곳이다. 한바퀴 빙 둘러보고 나서 아무데나 들어갔다. 어차피 간판을 읽을 수가 없으니...맛 차이는 대동소이할 것 같았다. 




< 메뉴판 >


결제는 현금! 동전을 넉넉하게 준비해가자. 




< 돈코츠 라멘 >


가장 무난한 돈코츠 라멘을 시켜 먹었다. 차슈도 먹을만 했고 국물도 묵직하고 면도 적당히 야들야들하고 부담없이 호로록호로록! 국물도 남김없이 맛있게 먹고... 또 토했다ㅋㅋㅋㅋㅋㅋㅋ이날 하루만 2번 토하다보니 안 그래도 쿠크멘탈이 마구 조각났다. 조금의 기름기도 허락하지 않고 개워내는 이 위장을 어떻게 하면 좋나. 아니, 요새는 소화불량 전혀 없었는데 간만에 위장이 말썽이었다. 아나, 여행와서 맛난 거 먹으려고 한 게 그렇게 잘못인가ㅠㅠ 맛없게 먹고 속이 안 좋아져서 토하는 거면 그래도 괜찮은데 맛있게 먹고 토하니 진짜 서럽...



어쨌든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서 쉬기는 억율해서 삿포로 시내를 마저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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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이 좋은 테라스에 앉아서 맛보는, 팜 도미타의 명물 야채 커리 >


오쿠라, 당근, 말린 연근, 감자, 버섯, 단호박 등 야채가 한가득 올라온 야채 커리.(1060) 커리 위에 올라온 고명도 만족스럽고 커리맛이 진해서 좋았는데 밥맛이 아쉬웠다.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찰진 쌀이었으면 더 맛있었을 것 같았다. 날이 추우니까 따끈따끈한 커리가 술술 넘어갔다.



< 팜 도미타의 감자 고로케 >


홋카이도는 맛있는 감자로 유명하단다. 그래서일까, 팜 도미타에서 먹었던 감자 고로케도 정말 맛있었다. 치즈나 다른 재료로 잔재주를 부리지 않고 정직한 감자의 맛으로 승부를 보는 느낌이랄까. 포슬포슬한 감자맛에 혀가 녹아내릴 것 같았다. 야채커리랑 같이먹으니 존맛. 





< 와구와구 야채커리 >



감자고로케도 감동이었지만 커리의 감자도 맛있었다. 커리에 감자 크게 들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팜 도미타의 커리만큼은 예외였다. 뜨끈한 감자를 갈라먹는 재미가 있었다. 굽거나 말린 야채의 식감도 좋았다. 이때 오쿠라를 처음 먹어봤는데 그 쫀득한 식감에 반했다. 적당히 말린 당근의 말랑말랑한 식감도 좋고 말린 연근의 바삭한 식감도 좋고 구운 단호박의 퍼석한 식감도 좋았다. 쌀맛은 별로였지만 씹는 맛만큼은 있었던 팜 도미타의 야채커리.




< 팜 도미타의 식사 메뉴 >


팜 도미타에는 야채커리, 고로케 외에도 다른 다양한 메뉴들이 있었는데 날이 추워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도 따끈한 음료나 고로케, 커리를 많이 먹었다. 팜 도미타의 기념품 가게와 달리 식당에서는 오직 현금 결제만 됐다. 메뉴를 정한 뒤 카운터에서 주문하면 번호표를 준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주문 번호가 불리면 카운터로 가서 주문한 음식을 들고 오면 된다. 주문번호는 영어로 불러주고 주문 메뉴는 금방 나오는 편이다. 식사는 테라스에 있는 아무 좌석에나 앉아서 먹으면 된다. 식사를 마치면 트레이는 반납 장소에 두고,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면 끝.  


문제는 실내에서 식사할 공간이 없었다는 것. 날이 따뜻하면 팜 도미타 일대의 낭만적인 풍경을 보면서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는 것일테지만... 테라스는 추웠다. 히터가 틀어져 있어도 추웠다. 청자켓 나부랭이는 후라노의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얇은 패딩을 입고 다니는 중국인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나도 패딩... 패딩 가져올걸...










<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라벤더 꽃밭 >



야채 커리와 감자고로케를 배불리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키고 몸에 열도 낼 겸 마구마구 걸어다녔다. 속에 뜨뜻한 게 들어가니 추위가 조금은 가셨다. 점심 시간이라서 사람들이 아침보다 훨씬 많아졌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았고 한국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다 후식이 필요해지는 순간. 





< 팜 도미타 특제 라벤더 아이스크림 >



일단 색이 예쁘다. 영롱한 보라색, 너무 예쁘잖아.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미묘한 맛이었다. 바닐라 맛 위에 진한 라벤더 향이 끼얹어졌다고 해야 하나. 아이스크림 주제에 마냥 달콤한 게 아니라 향긋하기까지 했다. 기대했던 맛은 불량식품스러운 맛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름 취향 저격? 다시 먹을 의향도 100%. 





참고로 이 라벤더 아이스크림은 팜 도미타뿐만 아니라 후라노 일대에 있는 다른 라벤더 농장에서도 맛 볼 수 있다고 한다. 




   

< 팜 도미타에서 라벤더 아이스크림 말고 파는 것들>



라벤더 라무네도 먹고 왔어야 했다ㅠㅠ 푸딩도 먹고 왔어야 했고ㅠㅠ 안 먹고 온 게 많아서 아쉽다ㅠㅠ 왜 그때는 먹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없었던 걸까... 왜 그랬니, 그때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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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 아이스크림까지 먹었겠다, 팜 도미타도 잘 구경했겠다. 이제는 삿포로로 떠나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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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셋째날이 밝았다. 6월 27일은 라벤더 꽃밭으로 유명한 팜 도미타를 둘러본 뒤 삿포로로 가야하는 일정이었다. 후라노에서 삿포로까지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래서 아침 7시에 일어나서 7시 30분에 출발하는 셔틀을 타고 출발했다.  





< 로그 유카리 게스트하우스에서 후라노 역으로 가는 길에서 >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였지만 나름 운치 있었다. 구름이 높은 산을 넘어가는 모습에 빠져있다보니 어느새 후라노 역에 도착.  높은 산을 병풍처럼 두른 후라노르 를 보면서 지리산자락에 위치한 구례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산이 든든한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알고 보니 후라노는 다이세쓰산 국립공원과 유바리 산지에 이는 분지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겨울에는 엄청 춥다고 한다. 초여름에 접어드는 6월 말에 와도 이리 추웠는데 겨울에 오면 얼마나 추울까. 






< 후라노 역에서 나카후라노행 열차를 기다리며 >


후라노 역에서 라벤더 바타케 역으로 바로 가는 열차가 많지 않아서 그냥 카미후라노 역에서 걸어가는게 빠를 것 같았다. 요금은 230엔. 카미후라노에서 팜 도미타까지는 걸어서 20~30분 정도 걸린다고 구글지도가 알려줬다. 그정도면 가뿐하게 걸어갈 수 있지.





< 후라노 역의 계단 >


후라노 역에서 나카후라노 방면으로 가려면 계단을 이용해서 건너편 플랫폼으로 건너가야 했다. 그래서 계단을 올라가려고 계단을 봤는데 보라색 라벤더꽃밭 사진이 계단에 래핑되어있었다. 오오, 라벤더의 고장은 역시 계단도 달라 이러면서 사진을 찍었다.





<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던 후라노 역의 플랫폼 >


후라노의 유명한 커리집, 유아독존을 가보지 못한 건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되는대로 팜 도미타의 야채커리를 맛보기로 했다. 언젠가는 꼭 후라노의 커리를 맛보고 말거야! 

 



 

<나카후라노로 가는 기차 안에서>


도시의 활발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후라노는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나로서는 이 조용함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나만의 평화로운 시간, 나만의 행복한 시간. 


 


< 나카후라노 역 앞에 있던 수하물 보관소 >


어느새 나카후라노에 도착했다. 수하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에 역 앞에 바로 수하물 보관소를 발견했다. 문을 두드리고 열고 들어가니 아저씨가 맞아준다. 일본어로 이야기하시는데 대충 맥락은 알 것 같았다. 수하물의 크기와 시간에 상관없이 200엔의 보관료만 내면 되는 곳이었다. 운영시간은 사진에 나와있는대로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저씨한테 단촐한 가방을 맡기고 번호표를 받고 나와서 팜 도미타를 향해 출발했다. 





< 후라노 열차가 다니던 선로 >



여유롭게 어슬렁어슬렁. 아침 일찍 출발했기에 시간 여유가 있다보니 마음도 덩달아 느긋했다. 팜 도미타로 걸어가는 와중에 옆에 자그마한 라벤더꽃밭이 조성되어 있고 이 아침부터 리프트카가 운영 중인 공원이 있었는데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쳤다. 오늘의 목적지는 팜 도미타니까. 






< 팜 도미타로 걸어가는 길에서 >


나카후라노역에서 팜 도미타로 걸어가는 길은 한적함 그 자체였다. 이 거리를 걸으면서 마주친 사람이라고는 조깅하는 할아버지 한 명이었다. 이 조용한 시골 마을이 마음에 들었다. 





< 팜 도미타까지 이제 700미터 >


어영부영 걷다보니 어느새 팜 도미타에 도착했다. 팜 도미타 정문이 아니라 후문이라고 해야 하나, 그쪽으로 들어왔다. 아침 9시가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팜 도미타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사람들은 보랏빛 라벤더 꽃밭에서 인증샷을 남기느라 바빠보였다. 뭐, 나도 라벤더 꽃을 한참 쳐다보다가 사진 몇 장 찍다가 또 멍때리면서 라벤더 쳐다보길 반복했었다. 














< 팜 도미타의 라벤더 꽃밭 >


이렇게 넓은 라벤더 꽃밭을 처음 봐서 신기했다. 바람에 일렁이는 보랏빛 라벤더의 물결이 아름다웠다. 화려한 장미꽃, 화사한 벚꽃과 다른 청초한 매력을 가진 라벤더 꽃을 보고 있으니 언젠가 후라노로 가족여행을 오면 좋겠다 싶었다. 나이가 들수록 풍광 좋은 곳에 가면 가족이랑 와야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내가 효녀이거나 마마걸은 아닌데도 그렇다.(뭐, 지난 시절을 돌이켜보면 불효막심에 가까웠다. 그리고 우리집의 마마걸은 나이 스물두살을 먹고도 엄마 옆에서 자는 우리 막내다...)




< 산들산들 라벤더 >


다른 사람들이 라벤더 꽃밭에서 힘겹게 단체 사진을 찍고 있는 걸 보면 먼저 다가가서 사진 찍어드릴까요, 헤헷 이러면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오지랖이라면 오지랖이지만 그래도 잘 나온 단체사진이 있어야 여행을 추억하기 더 좋지 않을까가 다년간 찍사로 활약해온 나의 지론.   


< 팜 도미타 일대의 모습 >


팜 도미타에는 라벤더 꽃밭 말고도 다른 꽃밭도 있다. 





< 팜 도미타 버블볼>


팜 도미타에서 이 버블볼을 보면서 예전에 바디샵에서 팔던 버블볼의 추억에 빠졌다. 2007년인가, 그때까지만 해도 바디샵에서 버블볼을 팔았었다. 목욕탕에 물을 채운 후 버블볼을 터트려서 넣으면 향긋한 향이 마구마구 올라오는 제품이었다. 지금은 단종된지 한참 되었는데 그게 어찌나 아쉽던지... 집에 욕조는 없지만 이 버블볼을 막 사고 싶은 뽐뿌가 막 생겼는데 당시 나는 백팩 하나만 있어서 이걸 산다고 해도 가방에 집어넣을 공간이 없었다. 그리고 삿포로에 가서 팬톤 캐리어를 사게 되는데... 








< 팜 도미타 특제 비누 >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기 좋아보이는 비누. 물론 이것도 사지 않았다. 사진에는 없지만 내가 기념품으로 산 것들은 팜 도미타 기념 엽서와 라벤더 캔디였다. 기념 엽서와 라벤더 캔디에 대한 반응은 괜찮았다. 





 <뽐뿌를 부르는 팜 도미타 특제 상품>


팜 도미타의 제품들은 이곳에서 생산한 라벤더로 만든다. 라벤더 핸드크림, 라벤더 립밤 등도 인기많았다. 참, 팜 도미타는 신 치토세 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있다. 그래서 팜 도미타에서 구매하지 못해서 아쉬운 맘이 들었던 물건들은 공항 면세점에 가서 마저 지르면 된다. 





< 팜 도미타 면세 한국어 버전 안내판! >


팜 도미타에서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모품은 5401엔 이상, 일반 물품은 10,801엔 이상 사야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모품에 해당하는 건 캔디, 차, 엽서, 비누, 화장품 등등이었던 것 같고 일반 물품에 해당하는 건 베개, 에이프런, 우산 이런 종류였던 것 같다. 일단 먼저 소비세 포함 가격으로 계산을 한 후 하나비토 하우스에 가면 된다. 하나비토 하우스에 들어가서 택스 프리 코너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차례가 되면 여권, 영수증, 구매제품을 보여주면 된다. 



가족, 친구들 줄 기념품도 다 샀겠다, 이제 팜 도미타의 야채 커리를 맛 볼 시간이다. 




* 팜 도미타(FARM TOMITA) 



< 팜 도미타 위성지도(출처 : 구글지도) >


- 주소 : 15 Go Nakafurano Kisen Kita,空知郡中富良野町 Hokkaido Prefecture 071-0704, JAPAN 




< 팜 도미타 맵(출처 : 팜 도미타 공식홈페이지) >


- 팜 도미타 공식홈페이지 주소 : http://www.farm-tomita.co.j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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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노에서 가장 저렴한 숙소, 로그 유카리 게스트 하우스. 싸게 자는 걸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지만 잠자리만큼은 깨끗하고 편안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곳이다. 참고로 여성 전용 도미토리 1박 요금이 2015년 6월 평일 기준 1300엔이었다.(현금결제만 가능!) 가격만큼은 정말 착하지만 시설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로그 유카리 게스트하우스는 무료 셔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후라노 역에서 셔틀 버스를 타지 않으면 접근할 수 없는 숲속에 있어서 그렇다. 고로 이곳에서 잘 거라면 셔틀버스 예약은 필수다. 셔틀버스 마지막 시간은 저녁 8시인데 이걸 놓치면 숙소로 들어갈 길이 요원하니 부디 늦지 않고 가길. 참고로 셔틀버스는 버스가 아니라 승합차다. 


숙소에서 체크인 할 때 숙박명부를 적고 나면 아침에 몇 시 셔틀버스를 타고 나갈 것인지를 물어본다. 아침 6시 30분부터 아침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체크아웃 셔틀버스가 운행했던 것 같다. 자동차가 없는 이상 로그 유카리 게스트 하우스에서 셔틀버스 이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여성전용 도미토리 근처에 있던 휴게실. 아무도 없지만 분위기는 낭만적이었다. 이곳 말고 본채에 있는 메인 휴게실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였다. 연인, 가족, 친구 다양한 사람들이 왔고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도 더러 있는 것 같았다. 






후레쉬를 터트렸더니 1980년대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실제로는 저렇게까지 빈한 느낌은 아니다. 일본풍의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놓은 것도 있고 통나무집 특유의 아늑함도 있다. 와이파이비번이 이상하게 복잡하지만 와이파이도 빵빵 잘 터진다. 침구류가 깨끗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만원 남짓한 가격에 이 정도면 준수한 거 아닌가. 






도미토리는 허름했다. 10000원 남짓한 숙박비에 뭘 거창한 걸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냥 싼 가격에 잘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도미토리 내부에는 외풍이 없어도 공기 자체가 서늘한 편이라서 두툼한 옷을 입어야 했다. 








도미토리보다 더 허름한 건 샤워시설이었다. 샤워시설이 건물 밖에 있어서 춥다. 완전 옛날식 화장실이다. 우이동 엠티촌 샤워시설보다 더 열악하다고 보면 된다. 목욕탕에서 앉아서 씻어야 한다. 다행히 온수는 금방 잘 나오는 편이라서 추위를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화장실은 그나마 최신식이라서 깔끔했다. 





로그 유카리 게스트 하우스는 숲속에 있어서 분위기 하나는 끝내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 주변을 거닐어도 좋을 듯. 물론 나는 시간이 없으니 패스했지만! 뭐, 아마 다음 번에 후라노를 가도 또 이곳에서 머무를 것 같다. 가격이 일단 매우 착하고 분위기도 이만 하면 나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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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점심을 먹고 아까 왔던 길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이제야 안정적인 직진과 커브가 나름 가능해졌다. 넘어지고 구르고 핸드폰을 논두렁에 빠뜨린 특훈이 효과있었던 것 같다. 







해질 무렵이 다가올수록 하늘에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흐릿해진 하늘. 슬슬 어둑어둑해지려는 하늘이 정적인 분위기를 더해준다.








여기는 패치워크 로드의 어딘가였던 것 같다. 내면의 평화를 찾아서 개뿔. 언덕이 많아서 허벅지가 터질 뻔...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걸 알려준 비에이. 







정말 아무도 없다. 푸르게 펼쳐진 지평선과 끝없이 이어진 산능선이 고요하다.






유명한 관광포인트를 거의 둘러보지 않았어도 괜찮다. 비에이의 푸르름을 실컷 느끼다 갔으니까.(고생은 덤) 





슬슬 자전거를 반납하러 가야한다는 조바심이 든다. 








평범한 시골마을의 일상이 유명한 관광지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곳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평생 비에이의 사진을 찍었다던 사진가 마에다 신조의 작품이 있는 곳을 들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뭐, 여행에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있는 거니까. 








힐링과 고생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비에이! 여행 당시에는 워낙 힘들어서그냥 트윙클 버스나 타고 편안하게 여행 다니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는데 여행 5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때의 삽질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해서 비에이 역으로 복귀하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6시까지 자전거를 반납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왔다며 마츠우라 상점 아저씨한테 혼났다. 자전거 반납을 몇 시까지 해야 하는지 확인도 안하고 돌아다닌 내 잘못이 컸다. 비에이에서 자전거 반납은 꼭 6시 이전에 해야할 것이 그날의 마지막 교훈이었다. 나름 고생스러웠던 비에이에서의 일정이 마무리되었겠다, 이제 예약해둔 숙소가 있는 후라노로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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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으로 유명한 비에이에 도착! 

 

비에이 지역 자체가 워낙 넓어서 도보로 돌아다니기는 어렵고 보통 자전거나 자동차로 다닌다고 한다. 나는 운전면허도 없고! 돈도 없고! 그래서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비에이역에서 내려서 자전거대여점인 마츠우라상점에 갔다. 상점 주인 할아버지는 코스에 대해서 일본어로 열심히 설명하셨다... 자전거도 빌렸겠다, 이제 신명나게 자전거를 타볼까 했는데! 







문제는 내가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는 사실. 어렸을 때 오빠가 자전거를 타다가 크게 다친 이후로 우리집은 자전거 금지령이 떨어졌고 살면서 두발 자전거를 몰아본 일이 손에 꼽는다.(그 사고 이후로 오빠의 성격은 이상해졌다. 물론 오빠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의 무개념이 본인을 빡치게 한다며. 그래도 비에이 가서 한 시간 정도 타면 자전거를 잘 탈 수 있지 않을까하는 헛된 희망에 젖어 있었다. 







대학교 1학년 때 한강 여의도 공원에서 빌려탔던 자전거는 탈 만 했던 것 같은데 마츠우라 상점에서 빌린 자전거는 일단 겁나 무거웠다. 자전거에 올라타서 가는데도 균형을 잘 못 잡으니 비틀비틀했다. 이런 꼬락서니는 누가 봐도 자전거 왕초보였다. 







게다가 비에이가 구릉지대였다. 괜히 전동자전거를 빌려주는 게 아니었다. 언덕길은 확실히 빡셌다. 자전거 좀 탄다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히 탈 만 한 코스일지 모르겠지만 나 같은 왕초보한테는 무리무리. 자전거도로가 있다고 해도 차도 바로 옆이라서 자동차가 지나가면 쫄아서 달리다가도 또 내려서 자전거 끌고 다니고. 비에이는 일반 승용차도 많이 다니지만 화물트럭들도 은근 다녀서 자전거 타기가 겁났다. 또 내리막길에서는 속도가 막 붙는 게 겁나니 안장 위에서 내려와서 자전거를 조신하게 끌고 가고. 






야트막한 구릉지가 자전거 왕초보에게는 험난한 고갯길이다. 평지는 그래도 어떻게든 가보겠는데 언덕길은 허벅지가 터.질.것.같.아.☆ 10킬로 달리기 보다 아담한 언덕길 올라가는 게 훨씬 힘들 줄이야... 평소 헬스장 싸이클을 멀리 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시간을 강제적으로 갖게 된다. 






결국 자전거를 탄 시간보다 끌었던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럴 거면 뭐하러 자전거 빌렸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도 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을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고 믿고 싶다.) 







자전거 잘 타는 사람들은 정말 자전거 탈 맛이 나겠더라.







윈도우 배경화면이 실시간으로 펼쳐지던 비에이. 말이 필요 없었다.







마츠우라 상점에서 지도를 받았지만 지도대로 가지 않고 그냥 무작정 갔던지라 비에이에서 유명한 지점들을 둘러보지 못했다. 비에이 호수, 켄과 메리나무, 오야코나무 그런 거 뭔가요? 자전거를 못 타서 기동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고 지도를 봐도 길을 못 찾는 심각한 방향치에게 비에이 자전거 정복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푸른 초원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스러웠다. 번잡한 도심을 떠나서 한적한 시골 풍경을 즐기고 있다는 게 좋았다. 그것도 평일에!!! 남들은 회사 가서 일할 때 나는 이렇게 휴가 내고 놀러와서 니나니노 하는 게 얼마나 신나던지.   






지평선 너머에 걸린 몽실몽실한 양떼 구름도 맘껏 봤다. 대관령 양떼목장 안 가도 될 듯. 






비에이의 도로는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차도에 차들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  왕초보는 차들이 옆에 있기만 해도 쫄아서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ㅠㅠ





진짜로 자전거 연습을 하고 갔어야 했었다. 물론 비에이에서 고생하면서 자전거를 탔다고 해서 자전거를 엄청 잘 타게 된 건 아니다. 이번 가을에 동생이랑 다카마츠 나오시마 여행 가서 자전거를 탔는데 비에이 시절보다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못 탄다. 직진과 커브를 겨우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자동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나는 비에이에 가서 자전거 타는 연습을 실컷 하다 왔다. 비에이에 자전거 연습하러 가는 사람은 나말고 없을 것이야.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좀 많이 빌려다 타볼걸.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경사길에서 균형을 잘못 잡아서 넘어졌다. 그 과정에서 자전거 앞바구니에 있던 아이폰이 논두렁에 퐁당퐁당 ^ ^ 어쩜 바구니에 있던 많은 물건 중 왜 그것만 딱 빠졌을까. 아이폰이 논두렁에 빠지던 순간, 오만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아이폰은 멀쩡했다. 배터리가 급속하게 닳는 허약한 녀석이라서 침수로 인한 대참사를 예상했건만 고장나지 않고 잘 버텨줬다. 기특한 녀석! 


그리고 논두렁에 빠진 아이폰을 건져내다가 꼬질꼬질해진 하늘색 나이키 운동화. 워낙 땡볕이라서 젖은 운동화는 금세 다 말랐는데 흙 묻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침에 먹은 삼각김밥을 먹고 토한 뒤로 물 말고는 먹은 게 없었더니 슬슬 당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생고생을 하면서 속이 진정된 모양인지 뭔가 먹어야겠단 생각은 드는데 가방에는 아무 것도 없다. 배.고.프.다.







비에이에서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자전거부터 빌려야겠단 의욕에 불탔던지라 먹을 걸 사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게 그렇게 후회가 될 줄이야.







비에이 시내로 돌아가기로 한다. 뭐라도 먹어야겠단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정도 물집은 다리에 든 멍에 비하면 별 거 아니다. 자전거 못 타는 만큼 자전거 끄는 것도 못해서 자전거 페달과 다리와 자꾸 부딪쳤고 그덕에 시퍼런멍이 다리 곳곳에 들었다.







비에이 시내로 일단 돌아왔는데 시간이 4시 30분. 어중간한 시간이라서 식당들 모두 브레이크 타임. 게다가 마을은 축제 기간이었던 건지, 거리에는 사람들도 많고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대충 보이는 가게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이거이거 너무 맛있잖아!!!!!! 이거슨 내 인생의 아이스크림!


그동안 한국에서 먹어왔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아니라고 경종을 울리는 맛이었다. 비에이에서 자전거 못 타서 막 넘어지고 구르고 땡볕에 고생해서 서러웠던 마음을 단번에 날려주는 달콤한 맛이었다. 게다가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우유맛이 굉장히 진했다. 홋카이도 지역이 우유, 유제품으로 유명한 지역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소프트 아이스크림 주제에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거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허기가 적당하게 가시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비에이 시내를 둘러보다가 세븐일레븐을 발견했다. 세븐일레븐에서 유부우동과 연어알삼각김밥을 샀다. 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흔한 일본 편의점 연어알 삼각김밥 수준. 소비세 포함 140엔. 크고 탐스러운 연어알 삼각김밥을 먹으면서 정말 감동했다. 이게 혜자스러움의 표본이 아닐까. 한국의 편의점 회사들이 부디 각성해서 가성비가 만족스러운 이런 제품들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근데 한국의 삼각김밥회사들은 개발의욕이 없잖아, 아마 안 될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우동은 별로였다. 일단 너무 달고 느끼했다. 분명 우동인데 옥수수맛(?)이 강해서 뭔가 속은 느낌... 내 다시는 이런 인스턴트 우동을 안 먹으리.  



+





배도 적당히 불렀겠다, 자전거를 또 타러 간다. 이번에는 다른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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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금요일, 홋카이도 여행 2일차. 


이날은 오타루에서 비에이로 가는 일정이었다. 오타루에서 비에이까지 가는 직행이 없기 때문에 오타루에서 삿포로까지 가서 아사히카와행 열차를 탄 다음에 아사히카와에서 비에이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했다. 열차 환승 시간과 비에이에서의 일정을 생각하면 아침 일찍 서둘러서 움직여야 했다. 아침 7시쯤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삿포로까지 갈 때까지는 괜찮았다. 오타루 바닷가를 구경하면서 니나니노하면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있었다. 


이제 전철표 끊는 것도 익숙해졌겠다, 오늘 하루도 충실하게 여행을 다녀보려고 했는데... 삿포로역 편의점에서 사먹은 삼각김밥이 화근이었다. 일본어를 읽을 줄 모르니 대충 포장지를 보고 볶음밥이겠거니 먹었는데 맛이 이상했다. 이상하게 달짝지근하고 느끼한 삼각김밥을 먹고 속이 뒤집혔다. 결국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 화장실에서 거하게 토했다. 토하니까 좀 괜찮더라...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까지 가는 길은 6월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했다. 차창을 내다보니 토해서 엉망이 된 컨디션이 낫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1시간 30분을 갔을까, 드디어 아사히카와 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려서 후라노선 비에이행 티켓을 끊으러 나갔다. 비에이역에 가는 후라노선이 도착하기까지는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아사히카와 역을 둘러봤다. 


 





아사히카와 역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높은 천장과 전면 유리창은 탁 트여있어서 쾌적했으며, 실내 인테리어에 감도는 따뜻한 색채에서 아늑함을 느꼈다. 아사히카와 역 앞은 공원처럼 잘 가꾸어놓아서 환승객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이곳에 많이 쉬러오는 듯 했다. 역에는 이온(AEON)과 홋카이도 토산품 가게가 있어서 쇼핑하기 적당해 보였다. 이온을 둘러볼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이온 아이쇼핑은 건너뛰어야 했다. 







아사히카와 출발 후라노 도착, 후라노선 시간표. 

라벤더로 유명한 지역답게 열차시간표도 보라색이다. 이날 아사히카와에서 12시 28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탔다. 







평일이라서 플랫폼은 텅텅 비었다. 덕분에 여유로움도 맘껏 즐겼다. 평소 출지옥철을 타면서 사람에 치이는지라 여행만큼은 한적하고 사람 없는 소도시로 오고 싶었고 그 한풀이를 여기 와서 맘껏 했다. 







비에이로 출발. 자전거도 못 타면서 비에이에서 자전거 타겠다고 깝치면 개고생을 한다는 걸 그때까지도 몰랐다. 



+


아사히카와에 머물렀던건 아주 잠깐이었지만, 푸르렀던 아사히카와에 반했다. 어떤 가이드북에서 아사히카와는 공업도시라서 볼 게 없다고 하길래 별 기대가 없었는데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언젠가 가고 싶단 생각도 들었고. 뭐,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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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구야마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고 내려와서 오타루 역으로 돌아왔다. 이대로 게스트하우스로 직행하기 아쉬워서 오타루 운하를 향해 걸어갔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웬만한 상점가는 문을 닫았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연분홍 등불이 매달린 오타루 밤거리는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오타루 시내를 가로질러서 오타루 운하까지 걸어가는데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오타루의 명물, 오타루 운하의 야경은 적당히 근사했다. 오타루 운하를 따라서 지어진 창고 건물들은 술집,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운영되는 듯 했다.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았고 뭔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곳들까지 둘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서 과감히 패스.







운하를 적당히 어슬렁거리다가 일본인 아저씨들 사진도 찍어드렸다. 출장으로 왔다는 아재들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하긴 나 같아도 오타루로 출장오면 신나겠당

 






혼자 와도 외롭지 않은 오타루 운하길. 20세기의 산업부흥기의 정취를 느끼면서 걷는 이 길이 어찌나 좋던지. 지금이야 오타루가 관광도시로 거듭났지만 예전에는 주요 은행, 상사들이 있었던 북해도 경제 중심지였단다. 그래서 그런지, 오타루에는 근현대 시기의 건물들이 참 많았다. 오래된 건물들을 싹 밀어내고 재개발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유산으로 지정하고 잘 관리해서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는 게 대단했다. 원래는 창고나 공장이었던 건물의 외관은 크게 손대지 않고 내부만 리모델링해서 재활용했다는 점이 괜찮았다. 오래된 건물들을 그저 관광자원으로 박제시킨 게 아니라,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적당한 상업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랄까. 만약 이 건물들을 다 밀어내고 신식 건물들을 올렸더라면 다른 도시들과 비슷한, 개성 없는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래된 건물만 덩그러니 있었더라면 낙후된 도시가 되었을 테고. 오타루 시는 나름 현명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이렇게 오타루 운하를 걷고 있으니 19세기 말 개항한 우리나라의 항구도시 군산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군산의 근현대 역사유산들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이제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갈 시간. 오타루운하의 밤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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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쿠츠 파노라마 전망대를 둘러보고 내려와서 오타루 수족관 정류소에서 버스를 타고 오타루 역으로 갔다. 오타루 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7시쯤. 버스 정류장 자동판매기에서 녹차음료수를 뽑아서 마시면서 기다리다가 오후 7시 35분에 텐구야마행 버스 탑승! 텐구야마 전망대를 향해 출발! 







오타루역에서 출발하여 텐구야마, 오타루수족관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다. 텐구야마행, 오타루수족관행 버스 둘다 3번 플랫폼에서 타니 버스를 타기 전에 버스의 행선지를 확인하고 타야한다. 


텐구야마행 버스에는 나 말고도 나이차가 제법 있는 일본인 커플, 중국인 커플, 혼자 온 남자분이 탔다. 오타루역에서 종점 텐구야마까지는 10,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근처에 텐구야마 전망대 로프웨이 탑승장이 있다. 전망대까지 가는 산책로가 있었지만 워낙 어두운 밤이라서 걸어갈 엄두가 안 났다. 그래서 텐구야마 로프웨이 왕복권을 끊었다. 


왕복권 가격은 1140엔이었고 현금, 카드로 결제 가능했다. 8시에 출발하는 로프웨이를 타고 5분 정도 올라가니 텐구야마 전망대에 도착했다. 로프웨이 자체를 워낙 오랜만에 타서 약간 무서웠다. 그래도 야경은 뭐 볼만 했다.    









텐구야마라는 산의 이름에 걸맞게 일본 요괴 텐구에 관한 조각이 많았다. 실제로 텐구 조각이 텐구야마 곳곳에 있다는데 전망대 근처도 어쩐지 으스스한 분위기라서 텐구를 찾아볼 생각조차 않했다. 그냥 가볍게 전망대 근처길만 왔다갔다 했다. 이 빨간 텐구의 코가 참 거시기하게 생겼다ㅋㅋㅋㅋㅋㅋㅋㅋ크고 아름다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텐구야마에 있는 신사로 가는 길인 것 같은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살면서 가위 한 번 눌려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여긴 무서워...............







이렇게 멀리서 찍으면 여느 평범한 공원과 다를 게 없다. 다음에 텐구야마는 해가 떴을 때 가는 걸로~ 그래야 산책로로 걸어올라가고 텐구들도 찾아보고 그럴 거 아냐! 







텐구야마 전망대에서 본 오타루의 야경. 야경은 사진으로 찍는 것보다는 눈으로 보는 게 낫다. 요새 휴대폰 카메라가 좋아졌다고 해도 야경 사진은DSLR을 따라갈 수 없다. 서울의 화려한 야경과 달리 오타루의 야경은 소박했다. 그러다 짙은의 <백야>를 듣는데 가슴이 막 벅차오르는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전망대 주위를 미친듯이 서성였다. 누가 보면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지도ㅋㅋㅋ 혼자 여행왔다는 설렘과 즐거움, 내일의 일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행복 게이지가 만땅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다음 날 비에이에서 관광포인트는 제대로 찍지도 못하고 쌩고생만 하게 되는데...







초여름이라고 해도 서울보다 위도가 높은 지역이라서 그런지 약간 쌀쌀했다. 그리고 여행 3일째 되는 날, 청자켓만 챙겨온 걸 후회하게 되는데 ㅋㅋㅋㅋㅋ

6월의 홋카이도는 여전히 춥고 쌀쌀했다. 






21:00에 출발하는 로프웨이를 타고 내려갔다. 이제 오타루 운하를 보러 갈 시간이다. 





* 오타루 텐구야마 전망대(天狗山展望台)



2 Chome-16-15 Mogami,Otaru, Hokkaido Prefecture 047-0023, JAPAN




https://www.google.co.kr/maps/place/Otaru+Tenguyama+Cable+Car/@43.1771647,140.9702734,16z/data=!4m2!3m1!1s0x5f0ae0e826ae1539:0x6b46cc324ed08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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