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구야마 전망대에서 야경을 보고 내려와서 오타루 역으로 돌아왔다. 이대로 게스트하우스로 직행하기 아쉬워서 오타루 운하를 향해 걸어갔다.













밤 9시가 넘은 시간, 웬만한 상점가는 문을 닫았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연분홍 등불이 매달린 오타루 밤거리는 한적하고 평화로웠다. 오타루 시내를 가로질러서 오타루 운하까지 걸어가는데 1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오타루의 명물, 오타루 운하의 야경은 적당히 근사했다. 오타루 운하를 따라서 지어진 창고 건물들은 술집,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운영되는 듯 했다.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았고 뭔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곳들까지 둘러보기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서 과감히 패스.







운하를 적당히 어슬렁거리다가 일본인 아저씨들 사진도 찍어드렸다. 출장으로 왔다는 아재들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하긴 나 같아도 오타루로 출장오면 신나겠당

 






혼자 와도 외롭지 않은 오타루 운하길. 20세기의 산업부흥기의 정취를 느끼면서 걷는 이 길이 어찌나 좋던지. 지금이야 오타루가 관광도시로 거듭났지만 예전에는 주요 은행, 상사들이 있었던 북해도 경제 중심지였단다. 그래서 그런지, 오타루에는 근현대 시기의 건물들이 참 많았다. 오래된 건물들을 싹 밀어내고 재개발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유산으로 지정하고 잘 관리해서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는 게 대단했다. 원래는 창고나 공장이었던 건물의 외관은 크게 손대지 않고 내부만 리모델링해서 재활용했다는 점이 괜찮았다. 오래된 건물들을 그저 관광자원으로 박제시킨 게 아니라,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적당한 상업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 같았다. 






전통과 현대의 공존이랄까. 만약 이 건물들을 다 밀어내고 신식 건물들을 올렸더라면 다른 도시들과 비슷한, 개성 없는 도시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래된 건물만 덩그러니 있었더라면 낙후된 도시가 되었을 테고. 오타루 시는 나름 현명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이렇게 오타루 운하를 걷고 있으니 19세기 말 개항한 우리나라의 항구도시 군산에 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군산의 근현대 역사유산들은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하다. 






이제는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갈 시간. 오타루운하의 밤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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