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제주도 여행, 드디어 애월 바다를 봤다. 애월 낙조를 보고 나서야 사람들이 왜 애월을 찬양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원래는 애월에 갈 생각이 없었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인 만큼, 사람들이 모여드는 관광명소는 피하고 싶었다. 그래도 제주도 서쪽에서 동쪽으로 한바퀴는 빙 도는 여행일정을 생각하면 여행 첫날은 애월에서 머물다가 다음 날 협재로 넘어가는 게 편할 듯 했다. 애월바다에 대한 아무런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날, 애월의 바다는 포근했다. 부드럽게 일렁이는 바다는 그 누구라도 안아줄 수 있을 듯 했고, 노을에 물든 따뜻한 바다는 그 어떤 이야기라도 들어줄 수 있을 듯 했다. 나지막한 파도소리가 귓가에 들려온 그 순간, 애월바다가 너무나도 좋아져버렸다.  









노을 지는 한담해안산책로를 따라 홀로 걸었다. 산책로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저들은 어떠한 연유로 애월에 왔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그날의 바다를 함께 바라 봤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괜한 친근감이 치밀어올라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내 멋대로 상상하면서, 저들이 그날의 바다를 어떻게 기억할지가 궁금해했다.

 


나에게 그날의 애월바다는 말하지 않아도 다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사려 깊은 바다였다. 그런 상냥함에 빠져 하마터면 곽지과물해변까지 걸어갈 뻔 했다.  








애월을 다녀오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 장필순의 <애월낙조>를 듣게 됐다. 그 노래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가웠다. 




*



바람 부는 애월포구 

작은 산책로 벤치에 앉아

할말도 모두 잊고,

애월낙조에 물들어 




Posted by bonbontorrent





0.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읽었다. 내가 왜 차였는지를 돌아보게 한 고마운 책이었다. 지금이야 이별후유증따위 사라졌지만, 올 초에는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정말 많이 괴로웠다. 장장 7년을 만났으니까, 사소한 일상 깊숙이 스며든 그의 존재감을 지우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를 많이 원망했고 이미 떠나버린 그 마음을 잡으려고 구질구질하게 매달리기도 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식어버린 사랑을 다시 지피려는 시도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겠지만, 그땐 그랬다. 




1.


"이러한 점에서 개인은 집단, 민족 또는 종교와 매우 흡사한 행동을 한다. 그들은 다른 사람의 사소한 결점까지도 낱낱이 비판하고 자기 자신의 결점을 천연덕스럽게 무시해 버린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비난학 개조하기에 바쁜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이와 같이 하면 - 아주 흔한 일이지만 - 두 사람의 관계는 상호 투사의 관계로 변한다. 만일 내가 오만하거나 우유부단하거나 탐욕스럽다면, 나는 상대방의 이러한 점을 비난하고 나의 성격에 따라 그를 고치거나 처벌하려고 한다. 상대방도 이와 같이 한다.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그들 자신의 문제를 무시하는 데 성공하고 따라서 그들 자신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조치를 하는데 실패한다." - 136~137p

 


나는 그의 사소한 결점을 견디지 못했고 그걸 고치길 종용했다.  그러면서 나의 결점을 고치지 못했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성미, 오만방자한 태도, 상처 주는 말을 쉽게 내뱉는 언행,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 이기적인 태도, 게으름. 그의 우유부단함이나 솔직함을 비판하면서 나야말로 한없이 우유부단하고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아달라고 수없이 신호를 보냈지만 나는 그걸 무시했다. 내가 정해놓은 틀에 그를 맞추려 했고 정작 나는 변한 게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 기준에 상대방이 전적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하는 건 그의 존엄을 무시하는 폭력과 다를 게 없었다. 


    


2.


"이기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이 있고 모든 것을 자기 자신을 위해 원하며, 주는 데서는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받는 데서만 기쁨을 느낀다. 그는 거기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만 외부 세계를 본다. 그는 다른 사람의 욕구에는 흥미가 없고 다른 사람의 존엄성과 통합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유용성을 기준으로 모든 사람과 사물을 판단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랑할 줄 모른다." - 85p



나는 지독히도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늘 나 자신이 최우선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그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귀기울이지 않았다. 설사 그걸 듣는다고 해도 잠시뿐이었고, 그가 내가 원했던 것들을 대부분 흘려들었다. 내가 사랑을 주는 방법도 자기 만족을 위한 것이었다. 내게 원하는 형태의 사랑을 주지 못한다고 불만을 품었지만 나 또한 네가 바라고 원했던 형태의 사랑을 주지 못 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아달라는 것. 오랜 시간을 함께 했지만 나는 그걸 해주지 않았다.  





3. 


"내가 독립을 성취할 때에만, 다시 말하면 목발 없이, 곧 남을 지배하거나 착취하지 앟아도 서서 걸을 수 있을 때에만 존경이 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존경은 오직 자유를 바탕으로 해서 성립될 수 있다. 프랑스의 옛 노래처럼 '사랑은 자유의 소산이며 결코 지배의 소산이 아니다." - 62p  

 


나는 의존적인 사람이었다. 나의 두 발로 세계에 서려 하기보다는 그에게 기대려고 했다. 그의 품 안에서 안정을 찾으려 했다. 사랑이 불안을 사라지게 하고, 외로움을 채워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서지 못하는 존재가 어떻게 안정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건 불가능하다. 스스로를 구하는 건 오직 자기 자신만이 할 수 있으니까. 결국 타인에 의한 구원은 일시적이다. 관계가 끝나는 순간, 구원도 끝나버리므로. 서로 의지하는 관계가 아닌, 어느 일방이 의존하는 관계는 결코 건강할 수 없다. 의존의 대상이 된 상대방은 언젠가 나가떨어지기 마련. 오로지 나의 힘으로 안정감을 이뤄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지 않았다.





4.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의 문제를 '사랑하는', 곧 사랑할 줄 아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사랑받는' 문제로 생각한다. 그들에게 사랑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사랑스러워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 13~14p



나는 늘 사랑받길 원했지, 어떻게 사랑할 지 고민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어떤 사랑을 받길 원하는지,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해줘야 쌍방의 관계에서 편안함과 행복을 느낄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5.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날 사랑하고 있다는 너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날 바라보는 게 아니고 날 바라보고 있다는 너의 눈을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 오지은 <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 >



어쩌면 나야말로 널 사랑하는 게 아니고 널 사랑하고 있다는 나의 마음을 사랑하고 있는 건 아니었는지. 네가 이별을 고했을 때 매달렸던 것도 사실은 사랑이 아니라 7년의 시간이 끝나버렸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 때문 아니었을까. 어쩌면 너라는 사람보다, 너를 사랑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을 사랑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6.


"내가 자립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집착한다면, 그 또는 그녀는 생명을 구조하는 자일 수는 있지만 그 관계는 서로의 관계가 아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의 조건이 된다." - 153p



아픔이 사람을 성숙하게 한다고 했던가. 이별로 괴롭고 힘들었던 시기가 다 지나가고 정서적으로는 완연한 평화기에 접어들었다. 친구들과의 함께 혹은 나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이제야 비로소 혼자 힘으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사소한 일로 일희일비하는, 여전히 불안정한 사람이지만 나름의 안정을 누리고 있다.





7.


"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마는 활동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나의 지난 연애도 그저그런 평범한 연애 중 하나에 불과했던 거다. 순수하고 찬란했던 시기의 지고지순한 연애였다는 점은 조금 특별할 수 있겠지만, 결국 만남으로 시작해서 이별로 끝나는 보통의 사랑이었다. 

 


"한철 머무는 마음에게 / 서로의 전부를 쥐어주던 때가 / 우리에게도 있었다." - 박준 <마음 한철> 





8.


"사랑은 휴식처가 아니라 함께 움직이고 성장하고 일하는 것이다." - 139p



다음 사랑은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랑을 꿈꾼다. 서로 맞잡은 두손을 놓지 않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할 수 있는 사랑,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사랑,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사랑, 그리고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단 동기부여를 해주는 그런 사랑.  



언젠가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다. 사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그런 사람, 어딘가에서 맛있는 걸 먹게 되면 다음에 함께 와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그런 사람, 손만 잡고 하염없이 걸어도 마냥 좋은 그런 사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옆에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브라운아이즈의 <사랑(I wanna fall in love with you)>을 함께 듣고 싶다.





9.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62p



그러려면 일단 나부터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지. 





Posted by bonbontorrent





잊지 못할 간카게이, 그리고 우츠쿠시기하라 고원 




.

.

.





우리는 전날 토노쇼항 오키도 호텔에서 머물렀다.



토노쇼항(土庄港)에서 간카케이를 가려면

남행 후쿠다선(南廻り福田線) 하행 방면 버스를 타고

쿠사카베항(草壁港) 정류장에서 내려서

신현선(神懸線)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코웅테이(紅雲亭)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 시간표 및 노선은 쇼도시마 올리브버스 홈페이지를 참고.

http://www.shodoshima-olive-bus.com/dia.html 









원래는 토노쇼항에서 아침 8시 15분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지만...



호텔 조식도 먹고 여유도 부리다가 늦게 나왔다. 

아침 10시 10분에 토노쇼항에서 후쿠다선 하행 버스를 타고

10시 38분에 쿠사카베항에서 내렸다.

10시 50분에 코웅테이행 버스를 타고 11시 3분쯤,

종점 코웅테이, 간카케이 로프웨이 입구에 도착했다. 


 







원래는 간카케이 등산로로 올라가려고 했는데

막내의 극렬한 반대로 인해 로프웨이 왕복권을 구입해야 했다.

2015년 10월 기준 간카케이 로프웨이 왕복권 가격은 1인당 1220엔,

로프웨이 배차간격(?)은 12분 정도. 


간카케이 관련 최신 정보는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될 듯.

http://www.kankakei.co.jp/index.html

   









간카케이 로프웨이 안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이게 은근 중독적이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마성의 브금...








간카케이는 일본 3대 계곡 중 하나로 

단풍이 그렇게 아름다운 협곡이란다.



10월 초순의 간카케이는 여전히 짙은 푸르름이 압도적이었지만,

 구석구석 노릇노릇한 기운이 스며들어 있었다.



지금 봐도 이렇게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붉은 단풍이 제철인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에 오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질까.













곳곳에 솟아난 기암괴석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드디어 간카케이 전망대 도착! 









간카케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세토내해도 아름답지만,

간카케이의 산세도 인상적이었다. 

 








간카케이 전망대 앞에서 어느 일본인 노부부를 찍어드렸다.

금슬이 좋아보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니 내 마음도 훈훈했다.

인상 좋던 그 할아버지는 우리 사진을 찍어주시겠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큰 머리와 짧은 몸뚱아리라는 신체적 단점이 부각된,

심지어 눈을 감은 그 찰나의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

할아버지의 손가락이 사진의 조연으로 친절하게 출연한,  

극사실적인 사진을 찍어주셨다.



막내는 키도 크고 팔다리가 가늘어서 괜찮지만

호빗인 나는 그게 아니무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여행의 추억이라고 생각하니 즐거웠다. 









전망대 앞에서 티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막내는

이날 우리가 얼마나 많이 걷고 걸을지 몰랐겠지.

그건 나도 몰랐어. 









키가 작아서 발꿈치를 들어야 했던 간카케이 인증샷.









세토내해의 미려한 풍광과 

간카케이의 웅장한 산세를 보니

행복이 마구마구 밀려왔다. 



전망대에서 한번 슥 보고 내려오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웠다. 



사실 이번 쇼도시마 여행에

간카케이에서 우츠쿠시기하라 고원까지 

걸어가는 일정이 포함되어있었다. 



여행 오기 전에 구글 지도로 검색해보니 

거리가 6킬로길래 이정도면 걸어가기 무난하다고 생각했다. 

 








간카케이 전망대 부근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지만

우츠쿠시기하라 고원 방면으로 갈수록 인적은 드물어졌다.



아니, 사람들이 없었다...

걷는 사람은 오직 우리 둘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먼 길을 불평불만 없이 걸어준 막내에게 감사할 따름.










당시에는 사람들이 없는 이 길을 걸어가는 게 

무섭게 느껴지기 보다는 한산해서 좋았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이게 위험한 행동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그것도 인적이 드문 산길과 도로를 걸어다니는 건

사실 굉장히, 굉장히 무모한 행동이다.



일본이 아무리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해도

불상사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으니까 주의해야한다.

요근래 한국에서 일어난 등산로 살인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건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은 문제인 거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간카케이와 우츠쿠시기하라 고원의 풍경을 

무탈하게 잘 보고 돌아왔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어쨌든 우츠쿠시기하라 고원까지 걸어가는 내내, 

이런 광경을 쉴새없이 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우리가 걸었던 도로는 대략 이랬다. 

사람은 당연히 없고 차들도 정말 드물게 다녔다. 










쇼도시마에 야생 원숭이가 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표지판까지 친절하게 있을 줄은 몰랐다.

한국으로 치면 야생동물 출현주의 표지판 정도 되려나.










도보여행의 좋은 점은 차로는 그저 지나쳐버렸을,

아름다운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거다.

천천히 걸으면서 풍경을 온전히 내안에 담는다는 것,

정말이지 근사한 경험이다. 

직접 걸어봐야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파노라마로 담아보려 해도 담기 불가능한 감동.










그렇게 걸어가다 야생의 원숭이를 만났다.

사람들 봐도 놀라지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자기 할 일 하기 바쁘고 닝겐따위 아웃오브안중.











이렇게 지척에서 사진을 찍어도 관심을 1도 주지 않는다.











막내랑 나랑 원숭이들의 털이 너무 부드럽고 고와 보인다고 난리를 떨었다.

막내 왈 "쟤들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잖아. 그러니까 털이 부드럽지."




그렇다. 

사회생활의 모진 풍파를 겪는 우리가

스트레스로 인해 푸석푸석한 피부를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소싯적 나도 꿀피부를 자랑했건만... 

사춘기 시절에도 여드름 잘 나지 않는 좋은 피부였건만...

지금은... 망했당...









야생의 원숭이들과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도

우리가 걸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터. 



후후후.

걸어가는 길은 멀지만 이런 잔재미가 있어서 걷는 보람이 있다.











막내의 우월한 뒷태를 감상하며 걸어보자.



부모님은 왜 막내에게 저런 기럭지 유전자를 주셨던 걸까.

나는 왜 아빠의 큰 머리와 엄마의 작은 키를 물려받게 된 걸까.   










슬슬 우츠쿠시기하라 고원과 시호자시 전망대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참고로 쵸시케이는 쇼도시마 원숭이들이 많이 있는 관광지다.









우츠쿠시기하라 고원과 시호자시 전망대가 코앞!




.

.

.











이곳이 우츠쿠시기하라 고원.










일단 1시간 30분을 걸어왔으니 조금만 쉬었다가




.

.

.














이런 풍경이 360도 펼쳐지면 걸어온 보람이 차고 넘치잖아...♡











암, 이런 게 바로 호연지기지.











살아있음이 감사하게 느껴지던 순간.



















이건 정말 실제로 봐야 한다. 

직접 보면 쩐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우츠쿠시기하라 고원의 거대한 석판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

.

.






























우츠쿠시기하라 고원은 인생 사진을 건지기 최적의 장소다. 


































평범한 검정티에 청바지 하나 입었을 뿐인데 모델핏이라니...

세상은 불공평하다.




.

.

.




그리고 막내가 찍어준 나는...













막내야...

수평은 좀 맞춰서 찍어주지 그랬어...

너 나한테 불만있음 말로 하지,

사진으로 이러기야 ㅠㅠ

같은 아이폰유저끼리 왜 이래...










그래도 나름 인생사진 찍어줘서 고마워, 막내야.



















서로를 예쁘게 찍어주는 재주를 없는 자매가 와도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그곳의 이름은,

우츠쿠시기하라 고원!










누누이 말하지만,

우츠쿠시기하라 고원의 360도 전망은 직접 봐야 한다. 




우츠쿠시기하라 고원에서 사진도 실컷 찍었겠다,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시호자시 전망대를 갔다. 



.

.

.










이 산책로를 따라서 좀만 걸어가면 된다.










이곳이 시호자시 전망대.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시호자시 전망대를 오르면서 

여기가 무너질까봐 무서웠다.



오죽 했으면 막내가 그만 좀 부들부들 떨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시호자시 전망대에 보는 뷰도 끝내준다. 이야앙.











시호자시 전망대는 이름 그대로

밤하늘의 별을 보기에 정말 좋은 전망대일 듯.









 

안녕, 시호자시 전망대.










잘 있어, 우츠쿠시기하라 고원.










이제 다시 간카케이 전망대로 돌아갈 시간.



막내는 돌아갈 길이 막막한지

생기 넘치던 아까와 달리 지쳐보였다.

솔직히 나도 돌아갈 일을 생각하면 깝깝했었고.




.

.




하느님이 보우하사.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터덜터덜 지친 기색으로 걸어가는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어느 친절한 일본인 아저씨께서 우릴 간카케이까지 태워주셨다. 올레!

토노쇼 항까지 데려다주신다는 걸 간신히 말렸다.



그저 우리를 지나쳐 갈 수도 있었지만 

차에 타라고 머저 권해주신 그의 친절함에 얼마나 감사했는지.

간카케이로 가는 아저씨의 차 안에서 

진심에서 우러나온 "혼또니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열번은 외쳤다.



지금도 정말 감사합니다.

잘 지내고 계시나요?










간카케이에 돌아온 시간은 어느덧 오후 2시 20분.

많이 걸었으니 체력소모가 극심했고 열량섭취가 시급했다. 















평범한 우동맛이다. 추천하지 않지만 한끼 떼우기 적당한 그런?  










간카케이에서의 마무리는 올리브 아이스크림으로!






+











흔한 셀고들 *^ ^*




.

.

.




2015년 10월 3일 쇼도시마 간카케이


Posted by bonbontorrent





쇼도시마 도노쇼항에 도착.



쇼도시마 페리터미널 안에 위치한 올리브버스 사무실에서 2일권 버스티켓을 샀다.



작년 10월 기준 2일권 가격은 2,500엔인데 지금은 가격변동이 생겼을지도?

쇼도시마를 돌아다닐 거면 1일권 내지, 2일권 구입을 강추하는데,

쇼도시마는 제주도만큼 큰 섬이기도 하고 볼 거리도 많은 섬이라서 그렇다.

여러 곳을 둘러볼 거라면 버스 탈 때마다 요금을 지불하는 것보다 

올리브패스를 사는 게 훨씬 싸고 편리하다.   

 


참고로 쇼도시마는 제주도 버스만큼 배차간격이 길다. 

버스를 한번 놓치면 30분, 1시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쇼도시마에서 버스를 타고 여행할 거면 

올리브버스 홈페이지(http://www.shodoshima-olive-bus.com/dia.html)에서

버스 노선표와 시간표를 잘 참고해서 여행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그리고 쇼도시마는 시골이라서 버스가 일찍 끊기니까 

 떠있을 때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한다.  









도노쇼항에서 올리브공원까지 한방에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걸 탔다.

한 20분 정도 한적한 어촌마을의 풍경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올리브공원에 도착했다.









올리브공원의 입장료는 없다. 아싸, 이득.  

올리브 공원은 바다가 잘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위치해있다.

경사가 심한 편이 아니라서 쉬엄쉬엄 걷기 좋다.  









올리브 공원 안내지도. 이런 건 증거용 ^^









이곳에 그리스 주화 형상의 조형물이 있는 이유는 

쇼도시마가 그리스 밀로스 섬과 자매결연을 맺어서 그렇다.







우리가 갔을 때는 사람들이 적어서 이런저런 엉뚱한 사진을 많이 찍었다.









막내의 우월한 기럭지에 비하면 한없이 딴또 같은 나의 짤막한 몸뚱이...

 








화려하거나 웅장하거나 멋진 비경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소박한 바다 풍경이 정감 넘쳤던 쇼도시마 올리브 공원.









쇼도시마는 일본에서 제일 처음 올리브를 키운 지역이다. 

연중 온화한 기후라서 그런지 올리브가 참 잘 자란단다.

그래서 올리브는 이 지역의 특산물이자 상징이다.

쇼도시마 어딜 가도 올리브 제품을 팔고 있는데

당시에는 뽐뿌가 오지 않아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렇지만 쇼도시마 올리브 아이스크림은 꼭 먹어줘야했다!

평소에는 아이스크림을 찾는 편이 아닌데

여행지에 오면 그 지역 특산물로 만든 아이스크림이 그렇게 먹고 싶다.

홋카이도 후라노에서는 라벤더 아이스크림이 그랬고,

쇼도시마에서는 올리브 아이스크림이 그랬다.


이날 올리브공원에서 파는 올리브 아이스크림이랑

다음날 간카케이에서 파는 올리브 아이스크림 둘다 먹어봤는데 

맛의 차이가 있어서 신기했다.  

올리브공원에서 팔던 게 올리브맛이 훨씬 진하고 고소했고

간카케이에서 팔던 건 올리브의 입자가 보였다. 물론 둘다 맛있었당.  









올리브나무랑 세토내해 말고는 볼 게 없지만 그래도 좋았다.


쇼도시마 자체가 외국인보다는 내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라고 해야 하나,

쇼도시마를 돌아다니면서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들도 많이 봤고 

효도관광 오신 일본인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도 정말 많이 봤다.













해질 무렵의 올리브공원 일대는 금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석양빛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막내









사실 사진보다는 실제로 보는 풍경이 훨씬 멋있었다.

세토내해의 수려한 풍광이라고 해야 하나, 

세토내해의 수많은 섬들과 산능선이 그려내는 유려한 곡선은 직접 봐야 한다.

근데 다음날 간카케이와 우츠쿠시기하라 고원에 비하면 

올리브공원에서 봤던 세토내 해의 모습은 정말 소소한 풍광이었다는 것  










작년 이맘때 사진을 보니 지금 살이 많이 빠진 게 실감난다. 

그때는 나름 건강하고 적당했네









쇼도시마 올리브공원을 가는 모두가 반드시 찍는 파란 풍차.

이건 사진이 실물보다 낫다 ^^









올리브 공원을 슬렁슬렁 둘러보고 나왔다.

버스가 오기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올리브 비치도 둘러봤다. 










해질 무렵의 바다는 언제나 아름답다.









보정을 했더라면 훨씬 근사한 색감을 보여줄 수 있었겠지만

보정을 하기에는 너무 귀찮으니 그냥 원본 사진을 올렸다.

작년 10월 여행 사진을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올리는 것만 봐도...ㅋㅋㅋ

그래도 이렇게나마 정리를 해두지 않으면 여행사진을 외장하드에만 묵혀두니까.









노을 지는 세토내해와 막내.










높이 뛰기에 성공한 막내









기체조를 시전하는 막내 








이날, 올리브해변에는 막내와 나, 둘 뿐이었다.


우리 둘만의 바다에서 

저무는 태양과 금빛으로 

물든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발길에 닿는 모래는 부드러웠고 

해변으로 밀려드는 물결은 잔잔했고 

우리의 마음도 평화로웠다. 



.

.

.



동생과 함께 여행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5년 10월 3일, 

쇼도시마 올리브공원에서

사랑하는 막내와 함께♥



.

.

.


Posted by bonbontorrent

2016. 9. 11. 02:45 횡설수설

아베 마리오




올림픽을 숭고한 스포츠맨쉽이 펼쳐지는 장보다는 내셔널리즘의 맞불무대라며 여긴 내게 리오올림픽은 당연히 아웃오브안중의 대상...일뻔 했는데 신문을 읽다 우연히 보게 된 아베 마리오.

과거사 문제, 신사 참배 논란, 평화헌법 개정, 독도문제 등등 거침없는 우익 행보를 보여주는 아베 총리가 탐탁치 않지만 본인이 망가지는 쇼맨쉽을 기꺼이 하는 걸 보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베 마리오 퍼포먼스는 그가 철저한 실용주의자니까 가능했던 게 아니었을까. 이번 기회에 친근한 총리 이미지 메이킹 잘 한 듯.

'횡설수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의 본질을 묻다 : 더 랍스터(The Lobster)  (0) 2015.12.21
D-68 다카마츠  (0) 2015.07.23
간다 간다 다카마츠 공항  (0) 2015.07.06
D-1  (0) 2015.06.24
구독과 해지 사이에서 갈팡질팡  (0) 2015.04.01
Posted by bonbontorrent



1. Consequence of love - Gregory porter
피아노로 시작하는 전주부터 그레고리 포터의 중후한 목소리, 중간 간주의 섹소폰 연주까지 달달함이 가득한 노래. 이 노래는 반드시 가사를 음미하며 듣는 걸 강추.


2. Greatest love of all - Whitney houston
조지 벤슨이 부른 걸 줄창 듣다가 휘트니 휴스턴 버전을 듣게 됐는데 무한반복의 루프에서 빠져버렸다. 가사가 무척 아름답다. 휘트니 휴스턴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자꾸만 귀기울여 듣게 되는 마성의 노래.


3. The closer I get to you - fourplay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 1순위.


4. A lovely way to spend an evening - Eddie higgins trio
가사 없이 멜로디만으로 충분히 로맨틱한.


5. Breezy - Wouter hamel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느껴지는 노래. 어느 날은 하루 종일 breezy만 들었는데 경쾌하고 발랄한 멜로디라 그런가 질리지 않았다.


'2016년 > 서울살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0) 2016.09.03
밀린 빨래  (0) 2016.05.27
Posted by bonbontorrent

2016. 9. 3. 16:21 2016년/서울살이는

...




1.
노트북이 켜지지 않은지 두 달쯤 되어간다. 그래서 블로그도 묵혀두고 밍기적거렸다.여행 사진들을 백업해둬서 다행이지만 대학시절 썼던 레포트와 이전 회사 다닐 때 작성한 문서들이 나니아월드로. 잘가, (어줍잖은) 나의 포트폴리오야. 이전 노트북을 쓸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으면서 왜 백업을 안했는지 어리석은 나 자신을 자책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애써 합리화했다. 나란 인간은 앞으로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거다,100%.



2.
흘러간 옛노래를 원없이 듣는 요즘, 스트리밍 만만세. 마마무나 그래고리 포터, 테데스키 트럭스 밴드, 이외에 요즘 노래도 간혹 듣긴 해도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킬러스, 카사비안, 펩샵보이즈, 언니네이발관 등 내 이십대 초반을 밝혀준 노래들을 주구장창 듣는다. 그 시절이 인생의 황금기였는지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지만, 그때는 오늘만 살 것처럼 생각없이 놀았다.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 마시고 클럽문이 닳도록 놀았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실하게 학업에 매진하는 모범생도 아니었던 시절. 화장품 사는 돈은 그렇게 아까운데 공연비 수십만원은 기꺼이 투자했던 그 시절. 그때 술 진탕 마시고 흑역사를 수백번 갱신하면서 참된 깨달음을 얻었어야 하는데 나는 모 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술좆밥"이라서 그러지 못했다.
어쨌든 이십대 초중반, 진로탐색과 자기계발에 매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어영부영 놀았던 여파를 지금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지만 놀았던 자체를 후회하지 않는다. "인간은 호모루덴스"라는 호이징가의 말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나는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공부는 안하고 놀테니까.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쓰는 존재가 아니다. 나 또한 마찬가지.



3.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읽을까 생각하다가 이내 관뒀다. 다른 사람에게 빌붙어 먹고 사는 주인공의 처지가 잉여인간인 나의 정신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서였다. 요 근래 들어 찌질한 주인공들에 대한 항마력이 부쩍 줄었다. 최근 동생이랑 <서울역>을 보면서 등장인물들의 찌질함과 나약함에 치를 떨고 부들부들했는데 어쩜 내가 그런 인간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치들의 옹색함이 죽비처럼 내면의 찌질함을 일깨우는 것 같아서 그걸 못 견디는 걸지도.



4.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를 읽었다. 아무 기대없이 읽어서인지, 생각보다 재밌어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류의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이것은 연애소설이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오베씨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됐다. 괴팍하고 무미건조한 오베씨는 사실 희대의 로맨티스트, 차도남의 전형! 외쳐 갓오베!! 오베씨를 찬양하라!! 그러다 불현듯 오베 같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5.
28년을 살다가 뒤늦게 맥주의 참맛을 깨우쳤다.
8월 둘째주는 매일매일 맥주를 마셨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맥주와 함께 했다. 친구와 약속이 없는 날에는 혼자 동명동 카페에 가서 맥주를 마셨다. 8월 13일에는 혼자 섭씨 35도의 폭염을 뚫고 송정역 수제맥주집 밀밭양조장에 가서 수제맥주샘플러를 마시고 왔다. 엄마는 네 아빠의 피를 못 속인다며 혀를 끌끌 찼고 막내는 나에게서 술냄새가 난다며 손사레를 쳤다. 분기단위로 술을 마시던 나로서는 장족의 발전이었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올 상반기에는 술따위 일절 대지 않았는데 여름에 이르러 심신이 안정되자 봇물 터지듯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진 올 여름, 맥주는 더할나위 없이 청량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맥주가 뭐가 맛있다고 마시나 싶었는데 이맛에 마시는 거였다. 캬~!!
비록 맥주 500ml에 알딸딸한 술ㅈㅂ이지만 그덕에 술값은 아낀다고 생각할련다.




6.
인생 최저 몸무게 갱신. 일생을 통통과 보통의 언저리에 살아온 내게 43은 생전 처음 접하는 수치다. 내 입장에서 이게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닌 게 살을 빼려고 해서 뺀 게 아니라서 그렇다. 이게 다 이별과 우울증과 위염과 무더위의 합작품이다. 지금은 열심히 먹어서 살을 찌우려고 노력 중... 이제 건강한 돼지로 돌아가야지.

'2016년 > 서울살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 듣는 노래  (0) 2016.09.06
밀린 빨래  (0) 2016.05.27
Posted by bonbontorrent





안녕, 우도 









어제 비가 내린 줄도 모를만큼 화창했던 날씨,










설렘을 가득 안고 성산일출봉에서 성산항까지 걸어가는 길,



 







성산일출봉이 언제나 그랬듯










나도 나만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넘실대는 푸른 바다를 보면 언제나 즐겁고









느긋하게 누워있는 우도를 보면 









그곳에 가고 싶다









언제 걸어도 좋은 이길을 걸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2014년에 비해 우도도 많이 변했겠지만,










그 변화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내눈으로 보고 싶었다. 










배를 타고 우도를 향해 가볼까. 










우도항에서 내려서 빨간 등대를 가봤어,











지난 번에 우도를 갔을 때 시간이 없어서 고작 1시간 30분밖에 못 머물렀거든










우도항에서 우도봉이 보이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어 










어딜 가든 느긋하게 그곳을 둘러봐야 그 매력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는 것처럼 










이날은 우도의 진면목을 느껴보기 위해 걸었어 

 









사실 면허가 없어서 오토바이를 못 빌리는 것도 있지만, 나는 자전거도 잘 못 타거든.










우도 명물이라길래 땅콩아이스크림을 사먹어봤는데 생각보다 별로였어. 

땅콩맛이 더 진하고, 가격이 더 쌌으면 만족스러웠을 것 같아.











투명한 물결에 반짝이는 햇빛은 만져질 것만 같았고 











저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을 보니 우도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어.










등산화만 안 신었어도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신선놀음을 했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지, 뭐야.










우도 지천에 피어있던 토끼풀꽃을 구경하면서










저기 멀리 보이는 종달리 지미봉도 쳐다보면서 










타박타박 걸었어










그러니 서빈백사가 가까워지고 있더라고










사람들이 우도 바다의 아름다움을 칭송하지만










걸어보니 우도 내륙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더라고.









드디어 서빈백사에 도착했어.










벌써부터 서빈백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어.

이건 그나마 사람들이 나오지 않게 찍은 거야.










이런 환상적인 물빛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이 마구마구 밀려드는 물빛이랄까,











보드랍고 하얀 모래 위에 앉아서 가만히 있었어.

하염없이 우도의 바다를 바라봤어. 



잔잔한 파도가 밀려드는 소리를 들었고

진파랑, 하늘색, 에메랄드로 변하는

우도바다의 그라데이션을 지켜봤지.

그러다 물놀이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했지.









이날은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언니랑 의기투합해서 우도를 함께 돌았어.

그 언니는 미술을 전공해서 여기서 서빈백사의 풍경을 수첩에 그리더라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도의 풍광을 담아내는 그런 방식이 멋져보였어. 










이 언니를 만날 줄 알았으면 12색 색연필이라도 가져오는 거였는데 말이야.

나는 색연필이 없으니 사진을 열심히 찍었어. 










언니의 그림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심심하지 않았어.

내앞엔 서빈백사와 우도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으니까.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좋았고,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했어. 










그 언니 덕분에 서빈백사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어.

만약 혼자 왔더라면 서빈백사 사진 찍고 10, 15분 있다가 금방 갔을 테니까. 









현무암 깔린 바다를 하도 찍어대서 그만 찍을 법도 하지만, 










여기는 어제 봤던, 그제 봤던 곳과 다른 곳이라는 이유로 사진을 찍지.










우도는 작은 섬인데도 바다마다 깔린 모래가 다 달라서 신기했어.










우리는 회양과 국수군에서 회국수 2인분을 시켜먹었어.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에 들어갔는데도 웨이팅을 해야했어.

면을 삶는데 시간이 걸려서 주문한지 20분이 지나서야 음식이 나왔어.

회국수에 들어간 회는 두툼하게 썰려있어서 씹는 맛이 있었고,

국수의 탱탱한 면발이 인상적이었어. 

회국수 가격은 1인분에 10,000원이었는데 2인분부터 주문가능하더라고.

만약 혼자 왔으면 이 맛있는 걸 못 먹고 갔겠지.









회국수를 맛나게 흡입하고 걸었어.










오후 5시 30분에는 배를 타야하니 우리의 발걸음은 빨라지기 시작했지.










뭐, 빨리 걸어간다고 해도 볼 건 다 보고 걸었어. 









우도항을 기준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걸어가면 지미봉이 늘 보이더라고.

지미봉을 올랐던 나로서는 그게 참 좋았어. 









여기는 하우목동항일거야? 아닌가? 천진항인가?

사실 우도를 걸어다닐 때 지도를 안 보고 걸어서 길을 잘 몰라.










이 섬을 한 바퀴 빙 돌면 어차피 우도항에 도착할테니까.










우도는 그늘이 없는 섬이라서 좀 덥긴 했어. 










그래도 예쁘니까 봐줄만 했어.










해안도로를 따라 우도를 돌아다니다간 

제 시간에 우도항에 도착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내륙길로 걷기로 했어.










돌담길이 이어진 내륙길,

기대하지 않았는데 푸릇푸릇한 들판이 이어진 길이라서 감탄했어. 










우도 청보리밭을 지나다보니 문득 가파도의 청보리밭도 궁금해지더라.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처럼 반가웠던 청보리밭.










여긴 유채꽃밭인데 끝물이라서 꽃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아쉬웠어.










그래도 필터의 힘을 이용하면 이정도 노랑노랑은 나오더라고.










해초가 밀려들어 갈색으로 뒤덮였던 바닷가, 










제주도를 여행다니다 보니 셀프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어











과연 나도 셀프웨딩을 찍는 날이 오긴 하는걸까










이제는 정말로 우도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그렇지만 푸르름 가득한 청보리는 담고 가야지, 










이번에 우도를 가면 우도봉을 꼭 오르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번에도 실패했어










뭐, 이것으로 우도를 또다시 갈 명분이 생긴 거지, 

그때는 꼭 우도봉을 오를래.










간신히 마지막 배를 타고 우도를 떠났어.


안녕, 우도. 다음에 또 만나. 




+




그렇게 언니와 나는 성산항에서 헤어졌어.

각자의 길을 가야 했거든.


언니는 다시 성산일출봉으로,

나는 위미리로 떠났지.  


만남과 헤어짐이 자연스럽고 

그게 섭섭하지 않았어.



여행길에 우연히

좋은 사람을 만나서

유쾌한 시간을 보냈고

아름다운 풍경도 봤고

맛있는 회국수도 먹었고

두고두고 꺼내 볼 추억이 생겼지.

더할나위 없이 좋았어.




혼자 여행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재미를

이제야 알았던 거지.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과 

지금까지 연락하며 지낼만큼

친분을 쌓지 않았더라도

여행길을 함께 하는 순간이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




그때 언니가 준 명함을 잃어버린데다가

우리는 그 흔한 전화번호 교환도 하지 않았던지라

그때 찍었던 언니 사진을 아직까지 못 보내주고 있어.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그 언니, 잘 지내고 있나요.



Posted by bonbontorrent





사색과 치유의 섬, 테시마 









10월 2일,

나오시마 사쿠라쇼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아웃










아침 9시 20분 테시마 이에우라 항으로 출발하는 페리 탑승(편도 620엔)









비가 내렸던 전날과 달리 쾌청했던 날씨 










테시마 이에우라 항 도착해서 카라토항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카라토항으로 가는 길,

10월임에도 초록이 가득했던 테시마 










이에우라항에서 카라토항까지 가는데 20분정도 걸렸다.

카라토항 바로 전 정류장이 테시마미술관이었는데 

카라토항에 캐리어를 맡겨둘 생각으로 거기에서 내렸다.



테시마에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느낀 건 버스를 타길 참 잘했다는 것.  

테시마가 나오시마에 비하면 정말 큰 섬이기도 하고 

엄청난 경사의 언덕과 구불구불한 산길이 이어지다보니

자전거나 도보로 다니기에는 다소 힘들 것 같았다. 









테시마 카라토항 앞에서 막내 









카라토항에 코인락커가 있을 줄 알고 갔는데 없었다.

내가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해도 

테시마 미술관까지 캐리어를 끌고  올라갈 자신이 없었다.

카라토항 매표소에 문의해보니 캐리어를 두고 가라고 하셨다.

흔쾌히 친절을 베풀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조그만 카라토항 매표소 대합실 한켠에 캐리어를 놓아두고 

테시마 미술관을 향해 출발!










버스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길











눈이 시리도록 푸르던 테시마의 하늘과 바다.




















키 작은 나와 달리 키 크고 늘씬한 막내 

 








참으로 부러운 비율 











나는 막내에 비하면 비율똥망, 딴또. 










시원스레 내다보이는 카라토항의 바다는 사랑스러웠다. 










테시마미술관으로 걸어올라가는 길은 험난했다.

엄청난 경사길을 무려 30분 가까이 걸어올라가야했다.

분명 버스를 타고 올 때는 걸어갈 만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걸어보니 빡세.










쉴새없이 이어지는 언덕길을 불평불만 없이 잘 올라가던 막내가 참 고마웠다.

셋째는 이런 길 올라가자고 하면 분명 안 올라간다고 드러누웠을텐데. 









도대체 언제 테시마미술관이 나오는 걸까.

카라토항에서 테시마미술관이 이렇게도 멀었던걸까. 










언덕길을 오르는 과정은 수고스러웠지만 

테시마의 아름다운 풍광을 느긋하게 볼 수 있어서 괜찮았다.

 









드디어 테시마미술관 입성!



2013년에 중앙일보에서 실린 기사를 읽고서

이곳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뤄지는 감격스러운 순간.



테시마미술관 오픈시간은 10시부터

입장료는 1540엔(카드결제 가능)










티켓을 끊고 테시마미술관으로 걸어들어가는 길. 










저 하얀 벙커 같은 공간은 테시마미술관 기념품 샵이다.

테시마미술관에서 받은 감동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필히 들려서 여행의 추억을 간직할 기념품을 고를 수 있는 공간이다. 


 












미술관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목









버릴 것 없는 풍경들의 연속









테시마 미술관은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이나 

아트하우스베네세처럼 특정한 작품이 있는 미술관이 아니다.

이곳에서는 공간 자체가 작품이자 예술이었다.




뻥 뚫린 원형 천장에서는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져내렸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그곳에서는 구름이 지나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이따끔씩 청명한 새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바닥에 있는 구멍에서는 주기적으로 물방울이 올라와 맺히길 반복했다.

물방울은 대개 웅덩이처럼 고여있었다. 일부는 바람결에 흘러가기도 하면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테시마미술관을 즐겼다.

물방울의 흐름을 관찰하는 사람도 있었고

바닥에 가부좌를 튼 채 앉아 명상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원한 바닥에 드러누워 낮잠에 빠져든 사람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 부모들도 있었고

소소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 모든 게 평화로웠다.




조용하고 아늑한 그곳에서 

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워있었다.

앞으로 뭐하고 먹고 살지 이런 현실적인 고민은 뒤로 하고.



볕이 닿지 않는 그늘이 있는 바닥에 누워

등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을 즐겼다.

여름에 우리집 방바닥이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물방울,

평소에는 눈여겨 보지도 않는 이게 뭐라고 열심히 관찰하는 걸까,

이상하게도 그때는 물방울의 흐름과 궤적을 바라보는 게 즐거웠다.

그게 왠지 모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줬다.

평범한 빗방울에도 호기심을 품었던 동심이 기지개를 켠다고 해야 할까.

뭐든 다 좋았다.










테시마미술관에서 실컷 여유를 즐기고 기념품판매하는 곳에 들렀다.

나는 엽서세트, 동생은 테시마미술관 사진집을 샀다.

기념품가게에서는 카페도 겸하고 있는데 먹어보지 않아서 맛은 모르겠다.









테시마미술관에서의 전리품을 획득한 막내.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라 표정이 환하다.










안녕, 테시마미술관.










점심 먹으러 언덕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

테시마미술관 근처에는 식당이 없으니 이길 말고는 선택지가 없었다.

테시마에서 시마키친을 꼭 가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고.










시마키친을 향해서 걸어가는 길.










남해의 유유자적한 풍광이 겹쳐보이던 평화로운 테시마.









시간이 안 되서 심장소리 아카이브는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지만









테시마의 자연을 오롯히 내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심장소리 아카이브를 들리지 못했던 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언덕길은 언제 끝나는 거냐는 막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시마의 언덕길은 나오시마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길고 높았다.










그래도 이제 시마키친에 가까워졌고.










문제는 시마키친을 찾지 못했다는 거.

분명 구글맵으로는 이 위치가 맞는데 식당이 안 보이는 게 아닌가...










식당 같아 보이는 게 있다. 










 고민 없이 이 식당으로 들어갔다.

동생도 나도 가타카나를 읽을 줄 몰라서 가게이름은 아직도 모른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던 그곳.









바닥에는 다다미가 깔려있었고 모든 좌석이 좌식이었다. 

나오는 음악도 제3세계 음악. 









차분하고도 묘한 매력이 있던 그 식당.










동생과 나는 정식 메뉴를 시켜서 먹었다.(가격은 1,000엔?)

나는 호, 동생은 불호.

나는 동생이 먹다 남긴 것까지 먹었다.(이래서 내가 살이 찜)

향신료가 들어간 반찬들이 있다보니 막내는 별로라고 했는데

향신료 좋아하는 나는 맛있었다.








참고로 고기요리가 하나도 없고 다 채식요리다.

 동생과 나의 호불호가 갈리는 게 여기서도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김국이랑 오쿠라반찬, 커리콩고기를 맛나게 먹었다. 









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보니 시마키친이 딱! 바로 앞에 있었다.

그 식당 들어가기 전에 좀만 돌아봤어도!

넘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여기에!

시마키친이 있었는데... 














그래서 시마키친도 갔다 ^ ^

여기서는 후식을 먹어야지!









시마키친도 조용하고 느긋한 곳이었다.

어리버리했던 우리막내를 보고 웃으시던 식당 이모님들과 할머님들 ㅋㅋㅋ










나중에는 꼭 시마키친 정식을 먹고 말 거야 ㅠㅠ









시마키친이 사람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운좋게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주문하고 수다도 떨고 가게도 구경했다.

시마키친에서도 테시마, 나오시마 관련 엽서를 

엄청난 할인 가격(정상가의 거의 반값?)에 팔고 있어서

속이 쓰리기도 했다. ㅠㅠ 여기서 살 것...









계절 특선! 무화과에이드!

신선한 무화과의 풍미가 입안 가득! 

자극적인 단맛이 아닌, 뭉근한 단맛이라서 

단숨에 흡입할 수 있었던 무화과에이드. 









어쨌든 시마키친도 다녀가고!









이제는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할 시간.










카라토항에서 쇼도시마로 가는 페리가 있어서 그걸 타기로 했다.

 









겸사겸사 테시마미술관도 지나가고 















남해의 다랭이밭을 닮아있던 테시마의 다랭이밭.










실시간으로 이런 풍경을 보면서 지나가는 게 어찌나 행복하던지.





 




나중에 테시마를 가게 되면 그때는 꼭 1박을 하리라.

느긋하게 둘러보려면 하루로도 모자랄테니까. 

한 이틀 정도는 되야지, 

테시마미술관에서 낮잠도 자고 

심장소리아카이브도 갈 거고

카라토항 말고 이에우라 항 근처도 구경할 수 있을테니까. 









올라가는 길은 천근만근 발걸음이 무거웠는데

내려가는 길은 이렇게 발걸음이 가볍다.









카라토항에 도착했고!

아까 트렁크를 맡아주신 아저씨에게 뭘 드릴까 하다가

자판기에서 제일 비싼 음료수를 뽑아서 드렸다. 

아무리 찾아도 수퍼는 보이지 않고 보이는 게 자판기밖에 없어서...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을 때 웬 할머니가 고맙다고 하셨다.

아마도 그 자판기의 소유주이신 것 같았는데

그 고맙다는 말이 어찌나 사람 기분을 좋게 하던지.



일본여행을 고작 2번 밖에 안 갔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흔쾌히 친절을 베풀어주니 일본여행 생각이 막막 든다.

참고로 우리가 만났던 일본인의 친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테시마 다음으로 가는 쇼도시마에서 절정을 찍는다.  










테시마에서 쇼도시마로 가는 페리(편도 480엔)










안녕, 테시마.

다음에 또 올게. 


Posted by bonbontorrent






나오시마 산책 









미야노우라 항구 바로 앞에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 








나오시마를 들르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당일치기로 섬을 둘러보고 간다.


그래서 낮에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 배가 미야노우라 항을 떠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 많은 관광객들은 온데간데 없고 

시끌벅적했던 섬은 조용해진다. 









우리는 나오시마에서 무려 3박을 했기에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도 여유롭게 독차지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신명나게 놀아볼까









동생도 뛰고









나도 뛰고








누구보다 강하고 빠른 자세도 취해보고









스트레칭도 쭉쭉 해보고









이런 장난도 쳐보고









나오시마 하늘을 뚫을 기세








한껏 뛰니 힘들다.









나오시마는 워낙 조용한 섬 마을이다.

유흥가가 없다보니 치안걱정 없이 

밤거리를 산책해도 무섭지 않았다.









나오시마의 명물, I♡湯

우리는 시간이 없어서 가지 못했다.

가격은 500엔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I♡湯의 외관.

뭔가 잡스러운 게 매력이다.









I♡湯 부근에는 작은 선술집들이 많았다.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면서 노가리하기 딱인 그런 가게들.










미야노우라 항구 앞에 있는 조형물.

밤이 되면 조명을 켜놓는다.

멀리서 보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같다. 









낮과 밤의 느낌이 달랐던,









개인적으로는 밤의 느낌이 더 좋았다.









우리는 여기서 사진을 막 신나게 찍고 놀고 있었는데 

누워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일본인 청년이 

선뜻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그는 우리에게 이런 자세를 요구했다...

절대 우리가 먼저 이런 자세를 취한 게 아니라

본인이 몸소 자세를 보여주며 이렇게 하라며ㅋㅋㅋㅋ










아지트처럼 아늑했던 이 공간,









실제로 보면 더 아름답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해산물 식당.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분명 근사한 경험이었을텐데

시나몬의 나오시마 카레 말고 여기를 도전해봤으면 어땠을까.









밤이 되면 쿠사마 야요이의 빨간 호박 내부에는 이런 조명이 들어온다.

클럽 조명 같아서 뭔가 스텝이라도 밟아야 할 것 같은 느낌. 








나오시마에서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간다.


Posted by bonbontorrent

블로그 이미지
bonbontorrent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5.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