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9. 02:55 2016년/봄날의 제주
[4/28]성산의 일몰
성산일출봉 부근에서 성산항까지 이어지는 길은
언제 걸어도 아름답다.
푸른 들판이 펼쳐진 이곳에서
늠름한 성산일출봉과 다소곳한 우도를 보는 건
분명 근사한 경험이다.
2014년 가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커피로드아이야와 클라우드호텔이 생기기 전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클라우드호텔 공사가 한창이던 때.
혼자가 아니라 둘이었던 시절,
지금은 혼자가 되었다.
새로운 건물들이 생겨났지만
여전한 성산일출봉과 바다를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변한 듯, 변하지 않는구나.
성산일출봉 하면 일출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여기서 일몰도 생각보다 아름다웠다.
바다를 붉게 적시는 석양은 없었지만,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한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일몰을 함께 볼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좋았다.
나는 성산일출봉 바로 앞에 위치한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2호점에서 묵었다.
네이버 예약 첫 페이지에 있길래
별 생각 없이 예약했는데 솔직히 후회했다.
방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있고
화장실이 깔끔하지 않은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자취를 한지 오래 되었고
깔끔함을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이 드는 걸 아니까.
그런데 언제 빨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침구류를 보니 이건 아니다 싶었다.
오죽했으면 사진을 안 남겼을까.
전에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들이
워낙 깔끔하고 깨끗했던 곳이라서
더더욱 비교가 되었던 걸 수도 있고.
그나마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얻은 건
같은 도미토리를 썼던 언니였다.
둘다 체크인 시간 4시가 되자마자 들어왔다.
도미토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샌가 성산항까지 가는 길목에서 일몰을 함께 봤다.
다음날 성산일출봉에 올라 일출도 함께 봤다.
우도를 가서는 쉬엄쉬엄 걸었다.
마음을 흔드는 풍경 앞에서는 오랫동안 머물기도 하면서.
우도에서 마지막 배를 타고 나와서 우리는 헤어졌다.
언니는 산티아고게스트하우스로 다시,
나는 새로운 장소인 남원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고
뜻이 맞는 사람과는 여정을 함께 하다
그러다 각자의 길을 가는 게
당연한 여행길.
그게 섭섭하거나 아쉽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지나갔듯
나도 누군가에게 스쳐지나간 인연일테니까.
함께 한 순간이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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