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글방의 군주론.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도 마키아벨리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격하게 공감하는 부분만 따로 정리하니 A4 5페이지 분량. 최근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군주론의 내용에서도 좋은 구절은 따로 정리해뒀다. 최장집 교수의 서문은 아예 넣지도 않았는데 그것의 분량은 A4 6페이지. 


까치글방의 군주론은 최초의 군주론 완역이라는 데 의의가 있지만 군주론을 처음 읽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은 아무래도 후마니타스의 군주론이다. 깔끔한 번역은 물론 군주론의 배경이 되는 시대, 인물, 사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최장집 교수의 서문을 건너뛰고 봐도 무방하다. 번역투, 만연체, 어려운 내용으로 가득찬 최장집 교수의 서문을 클리어하는 게 워낙 어려우니까. (과거 경향신문을 구독할 때 최장집 교수의 칼럼을 읽는 게 참 힘들었었다.)

 

암튼 수백년이 지나도 고전의 가치가 빛나는 걸 보면 시대를 초월하여 보편타당한 인간의 본성이 있나 보다. 권력에의 추구도 그러한 것 중 하나일터. 인간의 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들었던 시대에 인간의 본성을 긍정했던 마키아벨리의 책이 금서로 지정되었던 건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 아래는 까치글방 군주론에서 따온 내용. 



- 현재 다스리는 군주 가문의 통치에 익숙한 세습 군주국은 새로운 국가보다 훨씬 더 용이하게 보존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세습 군주국의 경우에는 기존의 질서를 바꾸지 않으면서 불의의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습 군주가 평범한 정도의 부지런함과 유능함만을 갖추고 있다면, 어떤 이외의 강력한 세력이 출현하여 그를 쫓아내지 않는 한, 그의 통치는 항상 안정을 확보할 것이다. (12p)


- 인간이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복하려고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감히 복수할 엄두를 못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려면 복수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예 크게 입혀야 한다. (19p)


- 결과적으로 무기를 든 예언자는 모두 성공한 반면 말뿐인 예언자는 실패했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언급한 이유 외에도 민중이 변덕스럽기 때문에 일어난다. 즉 그들을 설득하기는 쉬우나 설득된 상태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당신과 당신의 계획을 더 이상 믿지 않을 경우, 힘으로라도 그들로 하여금 믿게끔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 그러나 동료 시민을 죽이고, 친구를 배반하며, 신의가 없이 처신하고 ,무자비하며, 반종교적인 것을 덕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러한 행동을 통해서 권력을 얻을 수 있을지언정 영광을 얻을 수는 없다. (61p)


- 가해행위는 모두 한꺼번에 저질러야 하며, 그래야 맛을 덜 느끼기 때문에 반감과 분노를 적게 야기한다. 반면에 시혜는 조금씩 베풀어야 하며 그래야 맛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66p)


- 귀족은 인민의 압력을 감당할 수 없을 때, 그들 중의 어느 한 인물을 지원하고 추대하여 통치자로 만든 연후에 그의 보호 하에서 자신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 다른 한편 인민은 귀족에게 대항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 ,그들 중의 한 사람을 지원하고 추대하여 그를 통치자로 옹립한 다음에 그의 권위를 통해서 자신들을 보호하고자 한다. (68p)


- 귀족의 도움으로 군주가 된 사람은 인민의 도움으로 군주가 된 사람보다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인데, 왜냐하면 스스로를 그와 대등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 주위에 있어서 그가 원하는 대로 명령을 내리거나 그들을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민의 지지를 받아 군주가 된 사람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데, 주위에 그에게 반대할 인물들이 없거나 ,있어도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68p)


- 더욱이 군주가 타인을 해치지 않고 명예롭게 행동함으로써 귀족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함으로써 인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인민들의 목표는 귀족들의 목표보다 명예롭기 때문이다. , 귀족들은 단지 억압하고자 하는 데에 반해서 인민들은 단지 억압당하는 데에서 벗어나고자 하기 때문이다. (68~69p)


- 적대적인 인민들로부터 군주가 당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그들로부터 버림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적대적인 귀족들로부터 단순히 버림을 받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군주에게 반역행위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69p)


- 인간이란 박해를 예상했던 사람으로부터 우대를 받으면 시혜자에게 더욱 애정을 느끼기 마련이다. (70p)


- 다만 나는 군주가 그에게 우호적인 인민들을 가지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역경에 처했을 때 고립무원에 빠질 것이다. (71p)


- 모든 국가의 주된 기초는 (오래된 군주국이든 신생 군주국이든 복합 군주국이든) 좋은 법률과 좋은 군대이다. 좋은 군대가 없이 좋은 법률을 가지기란 불가능하고 좋은 군대가 있는 곳에는 항상 좋은 법률이 있기 때문에, 나는 법률의 문제는 제쳐놓고 군대 문제를 논의하겠다. (84p)


- 원군은 그 자체로서는 유능하고 효과적이지만 원군에 의존하는 자에게 거의 항상 유해한 결과를 초래한다. 왜냐하면 만약 그들이 패배하면 당신은 몰락할 것이고, 그들이 승리하면 당신은 그들의 처분에 맡겨지기 때문이다. (94p)


- "자신의 무력에 근거하지 않는 권력의 명성처럼 취약하고 불안한 것은 없다“ (100p)


- 어떤 상황에서나 선하게 행동할 것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은 무자비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면 그의 몰락은 불가치하다. 따라서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군주는 필요하다면 부도덕하게 행동할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108p)


- 현명한 군주는 신민들의 재산을 빼앗지 않기 위해서, 자신을 방어할 수 있기 위해서, 가난하여 경멸받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탐욕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인색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인색함이야말로 그로 하여금 통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악덕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112p)


- 당신에게 해가 되는 경우란 단지 당신의 것을 함부로 주는 경우이다. (113p)


- 관후함처럼 자기 소모적인 것은 없다. 당신은 그 덕을 실천함에 따라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당신은 빈곤해지고 경멸을 받거나 아니면 빈곤을 피하고자 하는 당신의 노력으로 인해서 탐욕적이 되고 미움을 받게 된다. (113p)


- 군주는 모름지기 경멸받고 미움 받는 일을 경계해야 하는데, 관후함은 이 두 가지 길로 귀결된다. 따라서 비난을 받되 미움을 받지 않는, 인색하다는 평판을 얻는 것이 보다 더 현명한 방책이다. (113p)


- 현명한 군주는 자신의 신민들을 결속시키고 충성스럽게 유지할 수 있다면, 잔인하다는 평판을 받는 것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무질서를 너무 관대하게 방치해서 그 결과 많은 사람이 죽거나 약탈당하게 하는 자보다 소수의 몇몇을 시범적으로 처벌함으로써 기강을 바로잡는 군주가 실제로는 훨씬 더 자비로운 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15~116p)


-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더 안전하다. (117p)


- 인간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받는 자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덜 주저한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일종의 의무감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인간은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이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할 기회가 있으면 언제나 자신을 사랑한 자를 팽개쳐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려움은 처벌에 대한 공포로써 유지되며 항상 효과적이다. (117~118p)


-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군주는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들되, 비록 사랑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미움을 받는 일은 되도록 피해도록 해야 한다. (118p)


- 무엇보다도 그는 타인의 재산에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어버이의 죽음은 쉽게 잊어도 재산의 상실은 좀처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118p)


- 사랑을 받는 것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그렇다면 나는 인간이란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서 사랑하지만, 군주의 선택 여하에 따라서 두려움을 품기 때문에, 현명한 군주라면 타인의 선택보다는 자신의 선택에 더 의존해야 한다고 결론짓겠다. 다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미움을 받는 일만은 피하도록 해야겠다. (118~119p)


- 군주가 자신의 약속을 지키며 기만책을 쓰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찬양받을 만한 것인지를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에 따르면 우리 시대에 위대한 업적을 성취한 군주는 자신의 약속을 별로 중시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을 혼동시키는 데에 능숙한 인물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신의를 지키는 자들에게 맞서서 항상 승리를 거두었다. (122p)


- 군주는 동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싸워야 한다. (122p)


- 군주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우와 사자의 기질을 모방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함정을 알아채기 위해서는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혼내주려면 사자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사자의 힘에만 의지하는 자는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123p)


-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때 그리고 약속을 맺은 이유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지켜서도 안 된다. (123p)


- 인간이란 신의가 없고 당신과 맺은 약속을 지키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 자신이 그들과 맺은 약속에 구속되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그럴듯한 이유는 항상 둘러댈 수 있기 마련이다. (124p)


- 따라서 그는 운명의 풍향과 변모하는 상황이 그를 제약함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거기에 맞추어 자유자재로 바꿀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내가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가급적이면 올바른 행동으로부터 벗어나지 말아야 하겠지만 필요하다면 비행을 저지를 수 있어야 한다. (125p)


- 군주가 전쟁에서 이기고 국가를 보존하면, 그 수단은 모든 사람에 의해서 항상 명예롭고 찬양받을 만한 것으로 판단될 것이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외양과 결과에 감명 받기 때문이다. (126p)


- 군주가 음모에 대해서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안전책은 인민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음모자들은 항상 군주를 암살하는 것이 백성을 만족시킬 것이라고 믿고 일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129p)


- 신민들이 군주에게 호감을 품고 있다면 군주는 음모에 대해서 걱정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지만, 만약 신민들이 적대적이고 그를 미워한다면, 군주가 매사에 그리고 모든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결론짓겠다. (131p)


- 군주는 호의는 자신이 베풀고, 처벌은 신하가 내리도록 한다.

군주는 미움을 받는 일은 타인에게 떠넘기고 인기를 얻는 일은 자신이 친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군주는 귀족을 존중해야 하지만 인민들로부터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32p)


- 군주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요새는 인민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는 것이다. (151p)


- 그러나 요새를 너무 믿고 인민의 미움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주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152p)


- 상황에 의해서 강요당하지 않는 한, 다른 국가를 공격하기 위해서 자기보다 강력한 군주와 동맹을 맺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그와 함께 승리를 거두면, 당신은 그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니, 군주란 모름지기 다른 세력의 처분에 맡겨지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158p)


- 군주는 또한 자신이 재능이 있는 자를 아끼고 어떤 기예분야에서 뛰어난 자를 우대한다는 것을 과시해야 한다. 더욱이 그는 시민들이 안심하고 상업, 농업 및 기타 분야에서 통상적인 생업에 종사하도록 권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사람들이 빼앗길 것이 두려워 자신의 자산을 늘리거나 개량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도록 하고, 부과될 세금이 두려워서 상업을 시작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그는 그러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여하한 방법으로든 그의 도시와 국가를 개량하는 자에게 보상을 내려야 한다. (159p)


- 대신을 선정하는 일은 군주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들이 훌륭한가의 여부는 군주의 현명함에 달려 있다. (160p)


- 인간이란 너무 자기 자신과 자신의 활동에 만족하고 자기 기만에 쉽게 빠지기 때문에, 아첨이라는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란 지극히 어렵기 마련이다. 더욱이 아첨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모종의 방법들은 경멸을 받게 되는 위험을 수반한다. (163p)


- 당신 자신을 아첨으로부터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을 듣더라도 당신이 결코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든지 당신에게 솔직히 말할 수 있다면, 당신에 대한 존경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163~164p)


- 자신의 왕국을 오랫동안 다스리다가 잃은 우리의 군주들은 악운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무능함을 책망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평화 시에 그들은 사태가 변할 것이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을 때 폭풍을 예상하지 않는 것은 인간의 공통된 약점이다.) (169p)


- 사람은 누군가 자기를 일으켜 세워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넘어져서는 안 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수 있으며, 설사 인민이 당신을 일으켜 세워준다고 해도 그로 인해서 당신이 확고해 지는 것은 아니다. (163p)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박탈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운명이란 우리 활동의 반만 주재할 뿐이며 대략 나머지 반은 우리의 통제에 맡겨져 있다는 생각에 이끌린다. (170p)


- 운명은 자신에게 저항하기 위해서 아무런 힘이 조직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그 위력을 떨치며, 자신을 제지하기 위한 아무런 제방이나 둑이 없는 곳을 덮친다. (171p)






 

Posted by bonbontor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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