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는 민음사 http://minumsa.minumsa.com/book/1716/  >


260여 페이지를 읽는 내내 짜증에 휩싸였던 책이다. 도대체 왜 세계적인 명작의 반열에 올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많은 베스트셀러의 주인공들이 찌질했지만 홀든은 그중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주인공의 찌질함에 면죄부를 줄 순 없다. 뭔가에 대한 노력 없이 불평과 불만으로만 가득한 그에게 일말의 동정심이나 연민의 감정이 일지 않았다. 삶을 살아보려는 노력 없이 칭얼대기만 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답답했다. 


어른들의 세계가 위선에 가득 차 있다고 냉소하지만, 정작 본인은 어찌나 소심하고 편협한지. 그런 홀든의 상태를 요즘 말로는 '중2병'이라 부를 수 있겠다. 홀든이 허세로 가득 찬 남자는 아니지만, 그가 겪는 방황의 상태를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홀든은 자유로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길 꿈꿨다. 하지만 자신과 타인 사이에 벽을 쌓고 자신의 세계에만 갇혀 있기만 한다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될 수 없다. 자유로운 존재가 되는 것과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건 엄연히 다르니까.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에게 그렇게까지 역정을 낼 필요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홀든의 방황이 나의 찌질했던 흑역사를 상기시켰기 때문이었다. 그의 방황은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게 너무 불편했다.

 

사람은 자신이 가진 단점을 가진 사람을 유독 싫어한다. 내가 홀든을 싫어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도 홀든만큼이나 성장하길 두려워하고 편견과 아집에 똘똘 뭉친,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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