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9. 23:25 2014년/서울살이는
마로니에공원부터 성균관까지
오늘의 약속 장소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붉은 벽돌 건물인 샘터 소극장과 수십년 묵은 노란 은행나무, 파란 가을 하늘의 어울림에 맘이 설렌다.
아르코미술관도 겸사겸사 찍어본다. 이곳 전시회도 괜찮다는데 나중에 쇳대박물관, 이화동 마을박물관과 엮어서 구경가야겠다.
골목길을 올라가면 낙산공원과 이화돌 벽화마을이 있단다. 낙산공원이야 많이 올라봤다. 이화동 벽화마을,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가본 적은 없었다.
한옥과 소나무, 단풍나무의 조합.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스러운 것들이 좋아졌다. 까만 기와가 주는 단아함, 하늘로 곧게 뻗은 솔가지의 기백, 거기에 붉은 단풍의 계절감이 더해졌다. 이런 곳에서는 뜨끈하게 우려낸 녹차를 마셔야 할 것 같은데 세콤 같은 게 있어서 그런 상상만 해야겠다.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잘살기기념관이 있다. 아래로 내려가보지 않았지만 복고적인 냄새가 난다. 새마을운동의 향수를 자극한다.
잘살기기념관 입구벽에 그려진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나라 국화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무궁화는 조경수로 심었을 때 예쁜데다가 관리하기도 쉬운데도 왜 푸대접을 받는지 참 안타깝다.
이화동 벽화마을에는 골목에 그려진 벽화만큼 아기자기한 카페가 많았다. 이곳에 대한 평을 한마디로 하면 감성마을이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감성을 파는 마을. 그렇지만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감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이화동 벽화마을에는 한국인도 중국인도 많았다. 우리처럼 촬영을 하러 온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게 마을의 발전이나 이화동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지 의구심이 들었다. 관광객 입장에서 벽화는 좋은 볼거리지만 마을 사람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관광객이 많을수록 쓰레기와 소음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비례해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집앞에 자꾸 쓰레기가 버려져있고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 들려올 때 짜증나지 않을 사람 얼마나 될까. 그러니 쓰레기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좀 조용히 다닙시다.
이곳에서 유명한 잉어 벽화. 이곳에서 촬영하는 사람이 어쩐지 많다 했다. 물고기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심쿵.
꽃벽화도 제법 유명한 듯. 여기도 촬영 명소. 우리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페인트로 그려진 꽃벽화 아래 계단에 조성된 모자이크 타일 꽃벽화도 예뻤다.
세탁소 앞에서 싱그럽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새장도 핑쿠핑쿠.
낙산공원 초입. 이곳에서 촬영을 하려다가 잡음도 많아 잡히고 생각만큼 화면이 잘 잡히지 않아서 성균관대에서 촬영하기로 했다. 오늘 이곳에서 아이폰을 잃어버릴 뻔 했다. 약정 3개월 밖에 안 남았는데 으앙 ㅠㅠ 이런 심정이었다. 웬 양아치들이 주웠으면 중고나라나 장물아비한테 낼름 팔아버렸겠지만 다행히 맘씨 좋은 분들이 내 아이폰을 찾아주셨다. 고마워서 사례라도 한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시고. 이세상이 그리 각박하지 않고 훈훈한 곳임을 간만에 느꼈다.
봉추찜닭을 폭풍흡입하고 촬영을 위해 성균관대에 갔다. 오래된 은행나무와 조선시대 성균관 건물이 있는 이곳은 이화동이나 낙산공원에 비하면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수백 년의 세월을 오롯이 품고 자란 노거수를 보면 경외감이 든다. 성균관의 오래된 은행나무들을 봐도 그랬다.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수백 번의 단풍을 되풀이했을 걸 상상하면 경이로웠다.
이미 잎이 다 진 노거수. 봄이 되면 얼마나 찬란한 꽃을 틔울지 기대된다.
어제 만난 친구가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을 추천해줬는데 오늘 이렇게 성균관에 오다니! 이럴 수가, 타이밍 기막히네. 그 책 완전 꿀잼이라는데 언제 보지. 읽을 책은 늘 쌓여있건만 읽기까지가 귀찮다. 한 달 전 펭귄의 우울 이후 책을 거의 안 읽었는데 이제 슬슬 읽어줘야겠다.
성균관 대성전이 있는 뜰. 낙엽 내린 뜰이 고즈넉하다. 새삼 가을이 가고 있음이 실감나는 순간.
사진 찍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도록 한참을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성균관을 늘 지나가기만 했을 뿐 안에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다. 이곳을 왜 이제 들어왔을까 싶었다. 궁궐과 오래된 풍경, 노거수를 좋아하는 내게 딱인 공간이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궁궐에 비해 비교적 조용한 공간이라는 점이 맘에 들었다. 내년 가을에도 노랗게 물든 오래된 은행나무를 보러 와야겠다.
'2014년 > 서울살이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도 예술의 전당 (0) | 2014.11.19 |
---|---|
러버덕 주의보 (0) | 2014.11.10 |
가로수길 자주(JAJU) (0) | 2014.11.08 |
DDP LED장미 (0) | 2014.11.08 |
세운상가 인사동 삼청동 청계천 (0) | 2014.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