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10. 11:52 2016년/봄날의 제주
나는 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나.
나는 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나.
회사를 그만두고 3월 21일부터 4월 21일까지 1달동안 미국 여행을 다녀왔어.
시차적응할 새도 없이 LAX 공항에서 바로 비행기를 갈아타고 오레건주 포틀랜드로 2박 3일 여행을 갔어. 포틀랜드의 맛집과 커피집을 순례하고 LA로 돌아왔지. LA에서도 언니 잘 둔 덕분에 숱한 맛집과 커피집을 탐밤했어. 캘리포니아 주 몬트레이, 산타바바라, 카멜 등 다양한 도시들도 갔고. 정말 1달이 꽉꽉 찬 버라이어티한 일정이었어. 이 이야기는 나중에 미국여행 포스팅에 올릴 예정이야.
어쨌든 숨가쁜 1달을 보내고 4월 22일 한국에 도착했어. 그리고 그날 7년 연애의 완전한 마침표를 찍었지. 혼자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 그래서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표를 충동적으로 끊었어. 4월 26일 화요일 제주도에 갔다가 5월 4일 목요일 서울 김포로 돌아오는 표였어. 어차피 뒤숭숭한 마음가짐으로는 뭘 해도 집중이 안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으면 너무 우울해질 것 같아서 그랬어.
< 유채꽃이 만개한 지미봉 앞에서 >
짐은 단촐하게 쌌어. 모든 짐은 동생에게 빌린 검정색 백팩에 다 넣었어. 예쁜 원피스와 화장도구는 아예 챙기지 않았어. 편한 옷과 운동복만 챙겼고 신발은 아예 캠프라인등산화를 신었어. 올레길도 걷고 한라산 영실도 올라가고 싶었거든. 걸으면 잡념이 사라져서 좋잖아. 걸으면서 제주도의 풍광을 내 안에 담고자 했어. 두고두고 곱씹을 혼자만의 추억도 만들고.
제주도에 와서 걷고 또 걸었어. 하루에 적으면 15km, 20km 이상 걸은 날도 많았어.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날에도, 땡볕이 내리쬐는 날에도 걸었어. 올레코스를 따라서 정직하게 걷진 않았어. 올레지도는 참고하긴 했지만 그냥 발길 닿는대로 걸었어. 당시에는 고생스럽긴 했어도 그게 성취했다는 보람은 있더라. 걸어야 보이는 아름다운 제주도의 모습을 발견한 것도 소소한 기쁨이었고.
< 푸르디 푸른 중문색달해안 산책로를 걷다가 >
물론 계획했던 모든 일정을 다 소화해낸 건 아니었어. 그때그때 상황이 달라졌어. 성산일출봉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언니와는 다음날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보고 함께 우도를 돌아다녔어. 쇠소깍 바람코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언니와는 다음날 테라로사에 11시까지 수다를 떨다가 올레 6코스(쇠소깍-외돌개)까지 함께 걸었어. 한라산 영실을 가려고 한 날은 폭우 때문에 영실을 포기하고 안덕면 상창리 쉴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열일곱살 소녀랑 오설록과 중문관광단지를 갔었어. 한라산 영실을 가려고 등산화를 신고 간 거였는데 뭐 못 가도 괜찮았어. 갈 생각이 전혀 없었던 오설록이 생각보다 괜찮았고 중문관광단지 앞 중문색달해변산책로가 좋은 걸 알 수 있었거든.
< 비오토피아 수풍석 박물관 - water museum >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으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참 즐겁고 신선한 경험이었어. 그들이 가진 제주도 여행 정보와 노하우를 알 수 있는 것도 참 좋았고. 쇠소깍 바람코지에서 만난 언니가 비오토피아 수풍석 박물관을 알려줘서 운좋게 바로 예약해서 갔는데 정말 내 취향이더라고. 비오토피아 수풍석 박물관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정말 좋았던지라 나중에 동생이랑 제주도 여행하면서 또 갔지.
혼자 제주도에 여행오길 참 잘했단 생각이 들었어. 가만히 바라보고 싶은 순간들도 정말 많았어. 그래서 여행중에 5월 30일 월요일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를 또 예약했지.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제주도의 풍경이 궁금했거든. 어떤 새로운 만남과 경험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기도 했고. 나름 수고스러웠지만,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제주 여행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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