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9. 20:19 2015년/서울살이는
7/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얼마만에 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인지. 맨날 가야지 노래를 부르다가 드디어 갔다.
#. 아이콘으로 당신을 표현하세요.
단순한 아이콘들이 내 취향. 각 도시의 정체성을 잘 집어낸 아이콘들이 인상적이다. 폰트도 귀엽고.
#. ICONUU
나만의 아이콘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곳은 이미 아해들의 점령지였기 때문에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나이 먹은 어른이여도 그런 건 하고 싶다구 ㅠㅠ
#. 현장제작설치 인터플레이(INTERPLAY)
인터플레이 전시 공간 중 기념사진촬영이 가장 많이 이뤄지던 공간. 나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노려서 벽면을 열심히 찍었다.
#. 로봇 에세이(ROBOT ESSAY)
로봇 팔다리는 아라베스크곡에 맞춰서 짜여진 프로그래밍대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진짜 사람들이 추는 군무였다면 감탄했을지도 모르지만 로봇들의 춤사위는 낯설고 기괴하게 느껴졌다. 핸드폰대리점 앞에서 90도로 인사하는 마네킹로봇도 이렇게 괴괴하진 않았는데... 보면 볼수록 소름이 돋았던 피터 윌리엄 홀든의 <아라베스크>.
로봇이 초상화를 그려주는 게 인상적이었던 패트릭 트레셋의 <폴이라는 이름의 다섯 로봇>. 벽면에 가득한 초상화가 다 로봇이 그린 거다. 참고로 사전예약한 사람만 초상화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듯.
7월 19일은 로봇에세이 전 마지막 날이었다.
2013 광주비엔날레 전에서도 봤던 시징의 세계. 그때 별 생각 없이 봤는데 이렇게 또 보게 될 줄이야. 암튼 시징에 입국하려면 웃거나 춤추거나 노래를 불러야 한다기에 어색한 웃음을 날렸다. 무사히 통과되어 슬렁슬렁 둘러보고 나왔다.
+
2층에서 전시 중이던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는 보려다가 활자가 너무 많아서 안 봤다. 사람이 잘 살면 어느 순간부터 책이 필요없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수많은 건축 프로젝트는 다음에 와서 상세히 읽어보겠노라고 다짐했다. 그 다짐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 그냥 미술관 바깥에 설치된 작품 <지붕감각>만 봤다. 어린이들이 지방감각의 그늘 아래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건축이든 예술이든 그것이 사람의 삶을 잘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붕감각은 그걸 잘 담아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놀이터, 어른들에게는 그늘이 있는 쉼터가 된 그곳은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공공건축의 본질을 잘 반영하는 것 같았다. 지붕감각 메이킹 영상도 볼 만 했고.
++
미술을 잘 몰라도 미술관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작품을 알고 보면 분명 더 재미있을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뭔가를 외우고 분석하려고 할수록 작품을 느끼는 감수성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이제는 전시회를 갈 때 작품이나 화가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마실간다는 느낌으로 간다. 내 눈으로 보고 내 가슴으로 느끼고 그걸 나만의 느낌으로 정리할 수만 있다면 장땡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미술관으로 자주 마실을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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